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공개 비판한 검사를 지목해 ‘보복’을 암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확산하는 ‘반(反) 추미애’ 기류에 여권 및 검찰 내 친여권 검사들이 추 장관을 두둔하면서 맞불을 놓았지만, 오히려 검찰 내 반발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검 공판검사실 소속 최재만(47ㆍ36기) 검사가 전날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남긴 ‘장관님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글에 응원과 지지를 드러낸 댓글이 약 200개 달렸다. 전날 퇴근 시간 무렵 60여개였던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인 최 검사는 전날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평검사의 발언을 저격한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앞서 이달 28일 제주지검 형사1부 소속 이환우(43ㆍ39기) 검사가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을 올려 현 정부와 추 장관을 비판하자, 추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 검사의 개인적인 부분을 문제 삼으며 이 검사를 비판했다.
추 장관은 이 검사가 글을 남긴 후 자신의 SNS에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쓰고 인천지검 강력부 소속이던 이 검사가 다른 검사를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를 몰아붙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난해 8월 기사를 공유했다. 조 전 장관 역시,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추미애 장관을 공개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며 이 검사 공격에 가세했다.
검찰 내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여권 인사와 현 정부에 가까운 검사들까지 추 장관 편을 들고 나섰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SNS에 “검사들의 ‘나도 커밍아웃’이 유행인가”라며 “작은 검찰개혁 움직임에도 저토록 극렬히 저항하면서 김학의 재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썼다. 이어 “국민들은 대한민국 진짜 검사들의 ‘자성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 검찰정책연구관 임은정(46ㆍ30기) 부장검사도 조직 비판에 나섰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 애사(哀史)’라는 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그리고 후배검사들을 추행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진모 검사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어 “성난 동료들이 많아서 욕먹을 글인 걸 알지만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속속 이루어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검사 게시판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쓴다”고 했다.
하지만 지원사격에도 불구, 추 장관 비판에 동조하는 검사들의 댓글은 늘어났고, 임 부장검사의 글에는 “죄송하지만 제게는 물타기로 들린다”며 “이제 부장님을 정치 검사로 칭하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 달라”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일선 검사들은 검찰개혁 취지는 당연히 공감하지만, 비판을 당했다고 해서 장관이 인사ㆍ감찰 등 보복을 시사한 것은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다” 면서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인사나 감찰의 칼을 휘둘러 검사를 길들이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장관의 글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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