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 전북서울장학숙 1층서 전시회 왜?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전라북도 서울장학숙 1층 JB드림갤러리. 호랑이와 꽃, 고인돌, 강산을 배경으로 한 28점의 그림 주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과제를 하고 있었다.
이달 7일부터 한달 간 ‘범 내려온다’는 주제로 이곳에서 전시회를 연 이강용 화백은 “장학숙에서 사는 360명의 대학생ㆍ대학원생들이 그림을 보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따듯한 마음을 갖고 사회에 나가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소규모 릴레이 전시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을 팔아 얻은 수익 전액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기획한 사단법인 신지식장학회(이사장 조정남)를 통해 전북 서울장학숙에 전달, 장학금으로 쓰이게 된다. 사무실이었던 공간을 카페로 바꾼 전북 서울장학숙(원장 정종복)은 9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작은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정부기관에서 보조금을 받는 예술인에게 공공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 이강용 화백은 “이곳에 장학금을 많이 내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는 2012년에도 서울대 환경대학원 초대로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를 열었었다.
195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고교생 때 사비를 들여 시내 지로다방에서 첫 개인전(1975년)을 열었다. 그는 “개인전을 가졌으니 프로에 등단했다고 생각해 미술대학은 가지 않았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화백은 이후 민중미술에 뛰어들었다. 판화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일본까지 넘어가 마산수출자유무역지역에서 ‘먹튀’한 기업에 항의했고, 노동자들이 시위하거나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그림을 그렸다.
그랬던 이 화백이 지금 집중하는 주제는 ‘우리의 것’이다. “이념 투쟁할 대상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그는 현재 고인돌, 강산, 범 같은 한국의 토속미에 집중하고 있다. “전북 고창 도산리 고인돌은 비례가 안정적이어서 미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고지요. 매력적인 다른 고인돌을 발굴하고 그림을 그려 토속문화의 활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에는 약 4만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전 세계 고인돌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얗거나 붉은 범이 노란 달을 바라보는 그림 ‘범도 살았다’, ‘신령스러움’은 자연 복원과 인간성 회복 등 이 화백의 작품세계에게 녹아있는 가치관을 표현한 것이다. 이 화백은 “우리 강산에서 사라진 범이 노란 달을 보면서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애틋함을 그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가 활활 타올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산을 붉게 칠한 ‘북한산’, 산맥을 파랗게 묘사해 새로운 희망을 기원한 ‘강토’ 등의 작품이 JB드림갤러리에 걸려 있다.
이 화백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발소에 갔다가 어미 돼지가 새끼 7마리에게 젖 먹이는 그림을 우연히 봤다"고 했다. "그 생동감에 감명받아 화가의 꿈을 키웠어요. 이번 전시회가 장학금 마련뿐 아니라, JB드림갤러리를 찾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우연한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