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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야당이 되고 싶다면

입력
2020.10.30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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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원인은 내부에 있다는 자성 필요
정쟁 유발하는 탄핵 콤플렉스 떨쳐야?
제대로 된 의제 설정해야 야당에 기회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서 참석했다가 강성 보수층 인사들의 야유를 받으면서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서 참석했다가 강성 보수층 인사들의 야유를 받으면서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1야당 국민의힘 신세가 처량하다. 경기지사로부터 ‘국민의 짐’이라 조롱받더니 10ㆍ26 추도식에선 강성 보수 인사들에게 쫓겨났다. 영입 인사를 찾아나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몸수색까지 당했다. 정당 지지율은 17%대(갤럽 기준)로 더불어민주당의 반토막이다. 한마디로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상황이다.

그 사이 전세 대란, 사모펀드 비리, 추미애 장관 논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이 줄을 이었다. 상대 실수에서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하는 무능 야당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바닥인 줄 알았더니 지하실이 있더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또다시 지지율이 내려가자 실망과 열패감이 꽤나 깊은 것 같다. 영남 보수 강경파에선 좀 더 공격적인 대여 투쟁을 주문하고, 내년 4월이 임기인 비대위 체제를 끝내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뭘 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과 패배주의를 보자니 이명박ㆍ박근혜 시절 야당일 때의 민주당이 떠오른다. 야권 전체가 단일화해 새누리당과 일합을 겨룬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패배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가 있었던 2014년 지방선거, 하반기 재보선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았던 2015년 상ㆍ하반기 재보선에서도 야당은 연달아 패배했다. 그때도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자조와 냉소가 드리웠다. 참신한 인물로 국면을 전환하거나 혁신적인 구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도 비슷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오랜 패배의 늪에서 빠져 나온 건 두 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야당 위기론의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자성, 그리고 야당이 제대로 된 의제를 설정할 때 비소로 국민들은 야당에 눈길을 준다는 각성이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2015년 펴낸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민심이 왜 떠났는지 직시하고 이를 바로잡는 일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기득권 강화와 민주주의의 후퇴로 흐른 이명박ㆍ박근혜 시대의 보수 정당 체질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광화문 집회 세력 눈치를 보고 세월호 특조위를 반대한 인물을 공수처장 추천위원으로 내세우기까지 한다.

탄핵 콤플렉스도 이제 내려놔야 한다. 탄핵 당한 세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현 정권에도 자신이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심리 기제가 탄핵 콤플렉스다. 문제는 이게 과해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꼬투리만 잡히면 몽둥이부터 휘둘러대는 행태다. 공무원 피격 사건을 세월호 사건과 연결하거나 정의기억연대를 미르ㆍ케이재단 때와 비교해 공격하는 식이다. 탄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지만 그럴수록 국민에게 탄핵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국민의힘에 진짜 필요한 건 국가 미래를 놓고 여당과 경쟁하는 모습이다. 당장 정부보다 유능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정책 대안을 내놓으라는 주문을 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곳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 의제를 제대로 설정할 수만 있어도 야당은 집권 가능성이 생긴다. 2011년 야권이 들고 온 무상급식 의제는 양극화에는 개인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각성을 가져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론 지형이 ‘민주당 20년 집권론’의 토대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도 임대차 3법 통과 때 초선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이 깊은 울림을 준 경험을 갖고 있다. 노동개혁, 규제개혁, 교육개혁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널려 있다. 이기는 야당이 되고 싶다면 의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5년 전 야당이 깨달은 이 교훈을 지금 국민의힘은 되새겨야 한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0차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의장실 앞에서 사전환담 전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청와대 경호처가 몸수색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0차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의장실 앞에서 사전환담 전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청와대 경호처가 몸수색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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