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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슬람 갈등 촉발한 '만평'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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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슬람 갈등 촉발한 '만평' 뭐길래

입력
2020.10.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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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무슬림과 대립 샤를리 에브도 만평
佛 안에서도 '유치하다' 평판, 테러 참사 후 반전
"혐오·모욕, 표현의 자유로 봐서는 안돼" 자성도

프랑스에서 전대미문의 ‘교사 참수’ 사건이 발생한 지 2주도 안된 29일(현지시간) 남부 니스의 한 성당 안팎에서 무차별 공격으로 3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예상대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확인되면서 유럽과 이슬람권 국가들의 ‘문화 전쟁’은 연일 격화하는 중이다. 이번에도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이 충돌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초 샤를리 에브도는 자사 사무실에서 12명이 숨진 2015년 테러 사건 공범들의 재판을 기념한다며 이슬람교의 절대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재게재해 반발을 샀고, 교사가 공격 받은 이유도 만평을 수업 자료로 삼은 탓이었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무슬림은 격하게 반응하는 걸까.

무함마드 원색적 폄하 격한 반발 불러

2006년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를 그려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던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만평. 온라인 캡처

2006년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를 그려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던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만평. 온라인 캡처

이 매체와 이슬람의 갈등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함마드는 근본주의자들에게 압도당했다’는 제목 아래 그가 “멍청이들에게 사랑받는 건 힘들다”고 말하며 눈물 흘리는 만평이 이슬람 신자들을 단단히 자극했다. 무함마드를 알몸으로 그리거나 머리에 폭탄이 꽂혀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까지,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만평이 온라인을 도배했다. 지난달 2일 특집호에선 당시 논란이 된 만평 12장을 다시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자 나라 안팎에서 이슬람 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슬람에서는 그림, 동상 등 무함마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것 자체가 금기다. 하지만 프랑스 법원은 “무슬림 공동체 전체가 아니라 일부 테러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그림이라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잡지 측 손을 들어줬다.

무슬림들이 무함마드를 그리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이라며 반발한 2011년 샤를리 에브도 만평. 온라인 캡처

무슬림들이 무함마드를 그리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이라며 반발한 2011년 샤를리 에브도 만평. 온라인 캡처

법적 인정까지 받아 한층 기세등등해진 샤를리 에브도는 이후 무함마드ㆍ이슬람을 겨냥한 풍자 만평을 거침 없이 올렸다. 2011년에는 ‘아랍의 봄’을 기념한 특별호에서 무함마드가 웃으면서 “웃다가 죽지 않으면 태형 100대에 처하겠다”고 말하는 그림을 실어 사무실이 화염병 공격까지 받았다. 이듬해에는 이슬람 단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제소당했다. 영화 ‘언터처블’을 패러디해 ‘세계 무슬림들을 격앙시키는 영화’라는 자막을 단 그림이 문제가 됐다. 휠체어에 앉은 무함마드와 휠체어를 미는 유대교 랍비가 “조롱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장면을 그린 표지는 물론, 벌거벗은 무함마드가 성적인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내 엉덩이는 어때? 마음에 들어?”라고 묻고 있는 만평까지 실렸다.

유명 영화를 패러디 해 이슬람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은 2012년 샤를리 에브도 만평. 온라인 캡처

유명 영화를 패러디 해 이슬람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은 2012년 샤를리 에브도 만평. 온라인 캡처

2015년 급기야 테러 참사를 겪고도 만평은 중단되지 않았다. 교사 참수 테러 이후 역시 프랑스 정부의 이슬람사원 폐쇄 조치 등을 비판하고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조롱하는 만평을 실어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이슬람 혐오 이용, '표현 자유' 어디까지

28일 프랑스 파리의 한 가판대에 '에르도안, 사생활이 정말 웃긴 사람'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표지로 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놓여 있다. 그림에서 술에 취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배를 드러낸 채 흰색 속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차도르를 입은 여성의 옷자락을 들어 올리면서 "오! 예언자!"라고 말한다. 파리=EPA 연합뉴스

28일 프랑스 파리의 한 가판대에 '에르도안, 사생활이 정말 웃긴 사람'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표지로 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놓여 있다. 그림에서 술에 취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배를 드러낸 채 흰색 속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차도르를 입은 여성의 옷자락을 들어 올리면서 "오! 예언자!"라고 말한다. 파리=EPA 연합뉴스

사실 샤를리 에브도 만평의 평판이 좋았던 건 아니다. 2006년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의 기초는 관용의 가치와 모든 신앙의 존중에 달려 있다”며 만화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테러 후 대우는 180도 달라졌다. “한때 많은 프랑스인들이 유치하고, 도발적이며, 심지어 심각한 편견을 보인다고 여겼던 만평(미 일간 뉴욕타임스)”이 일약 ‘표현의 자유’ 상징이 된 것이다.

이슬람 혐오를 정치화하려는 보수 정당의 꼼수도 잡지에 날개를 달아줬다. 니스 테러 직후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가 이슬람주의자와 테러리스트 광기의 공격을 받았다”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이슬람으로 돌렸다. 500만명에 달하는 프랑스 내 무슬림 인구 대부분이 극단주의를 지지하지 않지만, 이들 대다수가 빈곤 지역에 살면서 정치에 소외된 현실은 가려진 셈이다.

표현의 자유 역시 왜곡됐다. 우파 포퓰리즘을 연구하는 아우렐리안 몽동 영국 바스대 교수는 미 CNN방송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에서는 유독 (소외 계층인) 이슬람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풍자가 잦은데, 이런 혐오ㆍ모욕 발언을 프랑스의 정체성(표현의 자유)으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런 사회 분열이 극단주의자들이 원하는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니스 테러 범인은 튀니지 출신 무슬림

29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밖에 이날 발생한 테러 사건을 조사하러 경찰이 출동했다. 니스=AFP 연합뉴스

29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밖에 이날 발생한 테러 사건을 조사하러 경찰이 출동했다. 니스=AFP 연합뉴스

니스 테러 용의자는 북아프리카 튀니지 출신 이주자 브라임 아우이사우이(21)로 밝혀졌다. 그는 검거 당시 이슬람경전 쿠란과 흉기 세 자루를 소지하고 있었다. 프랑스 대테러 전담 검찰은 아우이사우이와 이슬람 무장세력 알카에다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알카에다가 최근 프랑스 내 기독교 교회 공격을 선동하는 지령을 내렸고, 관련 첩보를 입수한 프랑스 내무부는 지난 주말 전국 경찰에 경계 근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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