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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지가 되레 발목?...유명희, WTO 선거전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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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지가 되레 발목?...유명희, WTO 선거전 진퇴양난

입력
2020.10.29 19:20
수정
2020.10.29 22: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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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1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오는 15~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정된 WTO 특별 일반이사회에 참석하기위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1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오는 15~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정된 WTO 특별 일반이사회에 참석하기위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전 결선에 진출하는 개가를 올린 정부가 선거전 막바지에 뜻밖의 곤경으로 몰리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결선 라운드에서 사실상 패배해 승복 수순을 밟아야 하지만 미국의 유 본부장 지지 선언으로 사퇴하기도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WTO에 불만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흔들기로 ‘사무총장 장기 교착 상태’를 유발하는 데 유 본부장의 버티기가 일조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지지로 되레 한국이 발목을 잡혔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WTO 의장단이 28일 최종 라운드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단수 추천함에 따라 유 본부장이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통상적 절차다. 이웨알라 후보 측과 외신이 164개 회원국 중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104표, 유 본부장이 60표를 얻었다고 전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일방적인 추정치”라는 입장이지만 두 후보가 상당한 표차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의 관례로 보면 WTO 일반 이사회 의장이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추인을 받는 형식적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됐다. 회원국들의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유 본부장이 미국의 지원 하에 막판 반전을 노릴 수 있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부 국가들이 입장을 바꾼다 하더라도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발로 유 본부장 역시 전체 회원국의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거부권과 유 본부장 지지가 결국은 사무총장을 장기간 뽑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WTO가 중국 편향적”이라며 WTO 무력화를 시도해온 트럼프 정부의 성격을 감안하면 WTO 회원국들이 미국의 어깃장에 맞서 컨센서스(의견일치) 방식에서 벗어나 ‘투표’로 사무총장을 선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WTO 사무총장 선출 규정에는 ‘합의 도출이 불가능할 경우, 회원국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투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컨센서스 방식을 지향하는 WTO에 전례 없고 해로울 수 있지만 회원국들이 투표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WTO가 투표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유 본부장이 낙선하면 WTO 전통을 해친 장본인이라는 오명까지 떠안을 수 있는 것이다. 유 본부장의 ‘아름다운 도전’이 WTO와 트럼프 정부 간 갈등에 휘말려 되레 국제 위신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판세를 뒤집기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를 지지하는 미국 입장을 고려해 사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다"며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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