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변화로 중재자역 더 중요해져
방위비, 전작권 문제 합리적 해결 기대
미국 대통령 당선 선거인 수(270명)를 확보한 조 바이든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월밍턴에서 승리연설을 하고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에서 다시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겠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국가 통합, 국제사회에선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라는 당면 과제를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불복 의사를 고수하고 있으나 46대 대통령 바이든 당선을 뒤집을 길은 없어 보인다. 바이든 시대 외교·안보적 변화에 우리나라도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내년 1월 20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북미 관계가 대화 없이 제재-도발이 지속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강경한 대북관을 갖고 있고, 정상끼리 담판보다는 비핵화 원칙에 입각한 실무협상을 강조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좌초할 것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다.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핵능력 축소에 동의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국제 쇼’로 소비해 버리고 평화 구축에는 아무 진전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바이든 당선인의 접근이 진지하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재개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재자로서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에는 북한의 핵능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과거처럼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근거 삼아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가 능사가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가 필수 과제임을 강조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시 파장에 대해 경고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계획을 수립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다만 정상회담으로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조급증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계적 협상을 대비해야 한다.
한미 동맹 관계는 회복·강화할 기회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동맹을 재건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또 지난달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처럼 동맹 현안을 놓고 거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주한미군 전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위비 분담, 전시작전권 반환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때다.
문 대통령은 6일 “한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8일 바이든 당선인 트위터에 '공동의 가치를 위해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한다'는 글을 남겼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9일 미국을 방문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바이든 외교안보팀과 협조체계의 초석을 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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