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29일 방침을 정하고 이를 위한 당헌 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과의 약속을 깼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후보를 내지 않는 건 유권자 선택권의 지나친 제약”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러 정치적 수사로 포장했지만 속내는 결국 서울ㆍ부산 같은 광역지자체 권력을 야당에 바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 때만 해도 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얼마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치러지게 되자 얼굴을 바꿨다. 욕을 먹더라도 실리를 챙기는 게 낫다는 게 지금 집권 여당의 윤리 의식 수준이다. 총선 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허무는 비례위성정당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하더니 말을 뒤집어 위성정당에 가세한 논리와 닮았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ㆍ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당헌 조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에 만들었다. 당시 여당에 밀리자 ‘김상곤 혁신위원회’까지 꾸려 변화와 혁신을 다짐하며 도입한 조항이다.
대국민 약속이자 당의 헌법에 명시한 원칙마저 허무는 내로남불 행태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또 집권세력의 성범죄 잣대가 이런 식이라면 도덕성 붕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무공천 번복은 대표가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이는 정도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납득시키고 집권 여당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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