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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종편 출범 때부터 예고된 사태 ... "MBN 문제, 방통위는 책임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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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종편 출범 때부터 예고된 사태 ... "MBN 문제, 방통위는 책임없나"

입력
2020.10.30 20:00
수정
2020.10.30 20:3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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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자본금을 불법 충당해 방송법을 위반한 MBN에 대한 행정처분 을 논의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위원회가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자본금을 불법 충당해 방송법을 위반한 MBN에 대한 행정처분 을 논의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30일 MBN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6개월 업무 정지' 처분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 방송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처분임에도 이 같은 비판이 나오는 건, 2011년 종편 사업 승인 당시 MBN이 최소 납입자본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종편 승인 자체가 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종편의 지속가능성 때문에 방통위는 몇 년 정도 적자를 보더라도 종편들이 버텨낼 수 있는 납입자본금 조건을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방통위도 일정 정도 이런 비판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설명하면서 △협력업체와 시청자 피해 △고용 문제 등을 들어 '승인 취소' 처분에서 감경했다고 밝혔다. 이면에는 승인취소 시 따르게 마련인 정치적 파장, 행정소송 등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6개월 업무 정지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 12일 MBN 측 의견을 듣는 청문 절차를 밟았지만, 28일 한번 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장 회장은 "시청자와 MBN 직원을 고려해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또 행정처분 결정을 하루 앞둔 29일 MBN은 대국민사과를 했고, 장 회장의 아들 장승준 MBN 대표는 사퇴했다. MBN은 노사 가릴 것 없이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MBN으로서는 갖출 건 다 갖춘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방통위에게 적당한 명분도 준 셈이다.

그간 '승인 취소'를 외쳐온 언론시민단체들은 방통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방통위가 또 다시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MBN 문제가 출범 이후 종편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일이라 주장했다.

종편은 탄생 이후 계속 논란이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 비호 아래 황금채널 배정과 중간광고 허용, 의무전송채널 지정 등 노골적인 특혜를 받았다. 2개 채널 정도면 적당하다는 주장과 달리 4개 채널이 승인됐다. 이들은 자본금 조건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종편들은 편파적 방송과 운영의 투명성 등의 문제 때문에 재승인 심사를 받을 때마다 과락을 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조건부 재승인을 내줘 '심사무용론'까지 일었다.

MBN만 해도 2015년 광고대행사인 MBN미디어렙이 홈쇼핑 연계 편성 관련 불법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 과징금 2억4,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광고 계약에 따라 프로그램 편성을 좌우한 경우인데, 그래도 방통위는 2017년 심사에서 조건부로 재승인을 내줬다. 이 때 재승인 조건을 지키지 못해 MBN은 또 두 차례 시정명령을 받았고, 이마저도 따르지 않아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부른 MBN의 자본금 관련 의혹만 해도 2011년 출범 초기부터 흘러나왔다. 당시 종편 4개사가 납입 자본금을 채우기 급급해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방통위에 종편 주주 명단과 심사 자료 공개를 요구했지만 방통위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공개 판결을 끌어냈지만 MBN은 이에 불복, 개인주주 명단 공개를 극도로 꺼려왔다.

2013년에도 당시 한성대 교수였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꾸려진 '종편 승인심사 검증 티에프'는 MBN 주주 구성을 분석한 결과 차명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방통위는 이때도 뭉갰다. 2018년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먼저 시작되자, 2019년에야 자체조사를 시작했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하고, 공적 책임을 높인다는 방통위가 제 역할에 소홀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MBN은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재승인 심사라는 가시밭길이 또 남았다. 11월 30일 승인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뤄지는 재승인 심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심사에 반영되는 2018년도 방송평가 점수에서 MBN은 종편 4사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소유 제한 문제도 걸려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7월 현재 매일경제신문사는 MBN 지분의 32.64%를 갖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은 허용하되 일간신문은 종편 지분 30%를 넘게 가질 수 없게 한 방송법 제8조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고 해도 행정처분으로 대체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는 게 MBN 설명이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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