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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핼러윈데이

입력
2020.10.2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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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방역요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방역요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미국 핼러윈데이와 우리 정월대보름 풍속 사이엔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핼러윈데이는 양력 10월 31일이고,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 시기상으론 3~4개월이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둘 다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세시풍속이다. 핼러윈데이는 나중에 기독교가 이교도 기념일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11월 1일 ‘만성절’ 전날로 정착됐지만, 그 뿌리는 일 년을 열 달로 따진 고대 켈트족의 새해 전야 풍속인 ‘사윈축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대보름도 설날 이후지만, 그해의 첫 보름달을 맞는 풍속이라는 점에서 새해맞이 풍속의 연장인 셈이다. 두 날 모두 아이들의 ‘집 돌이’ 풍습이 있다. 대보름날 둥근 달이 떠오르면 아이들은 떼를 지어 동네 집들을 돌며 오곡밥을 얻어먹곤 했다. 심지어 충청도에선 집마다 가마솥이나 부뚜막에 가져가라고 따로 놓아둔 오곡밥을 훔쳐 먹는 놀이인 ‘밥서리’를 하기도 했다. 밥서리로 배를 채운 뒤, 휘영청 달 아래 마을 냇가에서 쥐불놀이하던 기억이 아련하다.

▦ 핼러윈데이에도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 놀이가 있다. 아이들이 마을 집들을 돌면서 ‘캔디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뜻인 ‘트릭 오어 트리트’를 떼창하면 집주인이 즐겁게 사탕이나 초콜릿을 나눠준다. 집 안팎을 환하게 밝히고 밤을 지새며 귀신을 속이는 풍습도 비슷하다. 섣달그믐날과 함께 대보름에도 있는 이 밤샘 풍습은 도교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이날 잠을 자는 사이 사람 몸 속의 삼시충(三尸蟲)이 빠져나가 상제에게 과오를 일러바쳐 수명이 단축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 핼러윈데이 전후로도 호박등 같은 조명을 써서 집 안팎을 환히 밝힌다. 특히 이날 준동한다는 악령들에게 동료로 속이기 위해 사람들이 각종 유령가면과 복장으로 분장한 채 돌아다니는 핼러윈 코스튬은 이색적인 핼러윈파티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됐다. 국내에선 요즘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핼러윈파티 자제를 연일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가면을 쓰고라도 기어코 파티를 강행할지 모른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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