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인유사법인 사내 유보금 과세 시행령안 조정
중소·중견기업계, "법 자체가 기업 활동 의욕 꺾어"

김용범(왼쪽에서 두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29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관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과도한 중소·중견 기업계 쥐어짜기"라는 반발에 부딪혔던 '개인유사법인 사내 유보금 과세' 방침을 다소 완화해 시행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등에 사내 유보금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이더라도 2년 이내 투자,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쓸 계획이라면 과세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계는 "법 제정 자체가 기업활동 의욕을 꺾는 것"이라며 여전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 "소득세 회피 유사법인만 과세하겠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예고한 개인유사법인 과세 제도 관련 경제단체 간담회를 열고 "생산적 법인이 성장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시행령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날 밝힌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과세 대상 기업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동산, 주식 처분 등 이른바 '수동적 수입' 비중이 2년 연속 전체 수입의 50%가 넘는 기업이다.
수동적 수입 비중이 50% 미만이라도 사내 유보금을 과세 기준(배당 가능한 소득의 50% 또는 자기자본의 10% 초과)보다 많이 쌓아 두면 과세 대상이 된다. 정부는 다만 이런 경우에도 향후 2년 이내 고용, 투자, 연구개발(R&D)을 위해 지출·적립한 금액은 과세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아울러 벤처기업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거나 다른 법률·제도 등의 적용을 받는 법인도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차관은 "시행령 조정으로 생산적 사업 활동을 하는 대부분 법인은 영향을 받지 않고,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법인 형태를 운영하는 일부만 영향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견업계 "법 제정 자체가 문제"
정부가 개인유사법인 과세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개인사업자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짜법인(개인유사법인)을 설립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개인사업자에게는 최대 42%의 소득세율이 적용되지만, 법인세율은 10~25%에 불과해 많은 개인사업자가 유사법인을 세워놓고 유보금을 회사에 쌓아두는 '절세 신공'을 부렸다.
이런 제도의 취지와 별개로, 중소·중견기업계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우선 국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대주주나 가족이 회사 지분의 80% 이상을 보유한 과세 대상 기업이라, 제도 자체가 중소기업계를 겨냥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업황 변화가 심한 중소기업계 특성상 비상시를 대비해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탈세로 보고 세금을 미리 부과하겠다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영 의지를 꺾는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정부의 이번 시행령 조정 방침은 이런 불만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계는 "제도 도입 자체가 문제"라며 여전히 과세에 반대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위험에 대비해 배당을 안 하고 있는데, 여기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도 "2년 이내 투자 등에 쓸 때 과세를 안 한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아 5년에서 10년 장기간 자금을 모아 한꺼번에 투자하기도 한다"며 "벤처기업뿐 아니라 전통 제조업이나 건설업종 기업이 미래에 투자에 대비해 유보금을 쌓는 것에 대해서도 비과세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행령 조정 방침에도 중소·중견기업계의 불만이 사라지지 않자, 정부는 현장 의견 반영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의 중소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은 지속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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