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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값 무서워 김장 못 담그랴 "고춧가루 절반만" 김치 명인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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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값 무서워 김장 못 담그랴 "고춧가루 절반만" 김치 명인의 비법

입력
2020.11.07 12:00
수정
2020.11.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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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김치명인 김순자 한성식품 회장?
"겉절이는 샐러드... 익은 김치가 면역력"

3일 오전 광주 서구 매월동 서부농수산물시장에서 김장철을 맞은 배추를 시민과 상인이 거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광주 서구 매월동 서부농수산물시장에서 김장철을 맞은 배추를 시민과 상인이 거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K-푸드 대표주자 김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김치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인식도 바뀌었다.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 등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K-푸드의 위상도 덩달아 올라갔다. 코로나19와 K-푸드 인기가 시너지를 내며 김치는 전 세계에 불티나게 팔리는 '수출 효자 상품'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19일 공개한 1~9월 김치 수출액은 1억849만달러(약 1,239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나 늘었다. 이미 역대 연간 최대 수출액인 2012년 1억661만달러(약 1,209억원)를 넘어섰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수출액은 1억4,465만달러(약 1,641억원)로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순히 액수만 증가한 게 아니다. 수출 국가는 2012년 62개국에서 83개국으로 늘었다. 지나치게 큰 '대일 의존도'도 벗어났다. 과거 일본은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50%대로 떨어졌다.

이제는 미국과 호주, 아시아 국가는 물론,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도 김치를 많이 찾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이며 김치는 더 돋보이는 K-푸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추' 등장에 우울한 국내…김장 비용 30% 증가

제1호 김치명인인 김순자 한성식품 회장이 지난달 20일 경치 부천시 한성식품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품질이 떨어진 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한성식품 제공

제1호 김치명인인 김순자 한성식품 회장이 지난달 20일 경치 부천시 한성식품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품질이 떨어진 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한성식품 제공



그러나 국내 상황은 '세계 김치 열풍'과는 정반대다. 이상 기후로 김장 비용이 폭등한 탓이다. 올해는 역대 최장 장마 기록을 경신하고 초강력 태풍이 여러 차례 한반도를 휩쓸었다. 배추 농사가 흉작이 되면서 배추는 귀하디 귀한 신세가 됐다. 속이 덜 찬 맛없는 배추마저 '금추'라고 불릴 지경이다.

김장 비용을 생각하면면 김치를 담가야 할 주부들은 골머리를 앓게 생겼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4인 가족이 먹을 김장을 할 경우 약 40만원이 들어간다. 지난해 27만~29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30% 넘게 올랐다. 주재료인 배추와 무는 물론 고춧가루와 부추, 쪽파, 마늘 등 부재료 가격도 많이 올랐다.

그렇다고 올해 김장을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집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품인 김치는 꼭 챙겨둬야 할 필수 식품이 됐다. 감염병과 기후 변화가 올해로 끝나는 '특수 상황'도 아니다. 앞으로도 자주 불청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시대 변화에 맞춰 효율적이면서도 건강한 김장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빨갈수록 맛있다는 고정관념 버리자"

제1호 김치명인인 김순자 한성식품 회장이 지난달 20일 경기 부천시 한성식품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김장 재료를 다듬고 있다. 류호 기자

제1호 김치명인인 김순자 한성식품 회장이 지난달 20일 경기 부천시 한성식품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김장 재료를 다듬고 있다. 류호 기자

우리나라 제1호 김치 명인인 김순자 한성식품 회장은 부재료 일부에 변화를 줘 비용은 줄이면서 발효는 깊어지는 새로운 김장법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200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제1호 김치명인으로, 2017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지난달 20일 경기 부천시 한성식품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빨개야 맛있는 김치'란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장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고춧가루에서 작은 변화만 줘도 김장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는 김장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주재료인 배추와 무를 제외하면 가장 큰 액수다.

'매년 넣었던 고춧가루의 양을 절반 이하로 줄여라',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하더라도 김치 맛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다만 마늘과 생강, 부추, 쪽파 등 기존 부재료는 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부재료들이 풍성하게 들어가야만 김치가 익으면서 유산균 증식이 활발해지고, 항산화 물질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치가 실제 바이러스에 대한 소독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는 "고춧가루 양이 많아질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니 가정집에선 평소 넣던 양의 절반, 3분의 1까지 줄여도 된다"며 "새빨갛게 보이지 않아 맛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더 시원한 맛이 나고 영양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좋은 품질의 고춧가루를 다섯 근(1근은 600g) 정도 썼다면, 올해는 세 근에서 두 근 반 정도 넣는 것으로 변화를 시도해 보라는 게 김 회장의 제안이다. 김치는 뭐니뭐니해도 빨개야 하는데 고춧가루 양이 줄어 빨간 빛을 잃을까 걱정된다면, 고운 고춧가루와 중간 고춧가루를 적절히 섞어 색을 내면 된다.

그러나 돈을 아끼겠다고 '중국산 고춧가루'를 쓰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김 회장은 "색깔만 보면 중국산이 좋을 수 있지만, 국산 고춧가루처럼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나지 않는다"며 "단지 색깔만 빨갈 뿐 김치가 무르고 맛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산 고춧가루를 쓰면 빨갛던 김치가 발효되면서 주황색이나 옅은 황토색을 띄지만, 중국산을 쓸 경우 색만 새빨개 질 뿐이다. 무엇보다 중국산 고춧가루가 어떻게 한국에 들어왔는지 그 과정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위생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코로나19 생활 방역에 맞는 건 익은 김치"

지난달 23일 오후 대구시 남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추석맞이 김장 나눔 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자원봉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 놓고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김장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오후 대구시 남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추석맞이 김장 나눔 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자원봉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 놓고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김장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를 계기로 '김치 문화'를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발상의 전환도 제시했다. 겉절이를 선호하는 기존 식습관에서 벗어나 생활 방역 시대에 맞춰 '익은 김치'를 생활화하자는 것이다. 면역에 도움되는 김치는 겉절이가 아니라 발효 과정을 거친 '익은 김치'이기 때문이다. 또 익은 김치를 자주 먹으려면 한꺼번에 많이 담그거나 자주 담가야 한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재료 품귀 현상도 피할 수 있다.

그는 "겉절이는 바꿔 말하면 '샐러드'로, 샐러드에는 김치 효능이 없다"며 "김치는 익은 뒤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나온다. 건강을 생각하면 겉절이가 아닌 익은 김치를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집집마다 김치 냉장고가 있지만 김치를 많이 저장하면 안 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1, 2년 동안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미리 준비해 두고두고 먹으면 된다. 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좋다"고 강조했다.

백종원처럼… 치커리·케일·감자도 김치 만들 수 있다

마켓컬리에서 포장김치 제품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백김치 이미지. 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에서 포장김치 제품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백김치 이미지. 마켓컬리 제공

배춧값 폭등에 대비해 다른 채소로 김치를 담가 먹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각종 채소를 이용해 김치를 담그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노하우를 실생활에 자주 적용하면 김치에 대한 개념이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추 대신 치커리나 케일, 무가 아닌 고구마나 감자로 김치를 담글 수 있다.

김 회장은 "과거 전문가들이 '배추가 비싸면 양배추로 만들어 먹자'고 말했다가 '어떻게 서양 채소를 김치에 쓰느냐'며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외국에서 덜 비싼 재료를 수입해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수입산 배추를 쓰거나 콩나물, 쑥갓, 대파 등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채소라면 모두 김치를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백김치'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제시했다. 한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자녀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고 김치를 꺼리던 아이들도 김치를 맛 볼 기회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백김치를 찾는 가정이 늘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집에서 백김치를 담그거나 시판용을 살 때 국물이 적은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백김치는 물에 충분히 잠겨야 맛이 깊어지고 유산균도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물이 충분한 백김치를 만들거나, 드실 때 국물에 충분히 적셔 먹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김장을 간편하게 하려면 별도 판매하는 절임 배추와 양념(김칫속)을 사 버무리면 된다. 시판용 양념에 홍시와 사과를 넣으면 단맛을 높일 수 있다. 조청을 넣으면 재료 준비에 대한 수고도 덜 수 있다. 새우나 해산물을 갈아 넣으면 단맛은 물론 감칠맛도 좋아진다. 새우는 칵테일 새우를 써도 괜찮다.

보관 팁 하나. 버무린 김치를 보관하기 전 배추를 짜 산소를 빼야 한다. 산소에 노출될 수록 맛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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