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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강소농의 핵심은 창의력

입력
2020.10.30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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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스마트팜. 코리아팜 제공

충남 보령 스마트팜. 코리아팜 제공


한국 농업은 농업소득의 정체와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일손까지 부족해졌다. 이러한 농촌의 문제 해결을 위해 농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는 스마트팜 영농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멀리서도 농장 관리가 가능한 첨단 유리온실, 외부와 차단되어 병충해가 없고 사계절 내내 파종과 수확이 자동화로 이루어지는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 재배(hydroponics)를 결합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농법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팜이 출현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가진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소규모 농가들이 쉽게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다한 초기 투자비용 때문이다.

스마트팜 기술은 분명히 고령화·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기술은 대규모 농업법인이나 기업형 농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영세·소규모 농가들도 첨단기술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소위 아는 것을 ‘지식’, 모르는 것을 ‘무식’이라고 한다. ‘아는 것’이 많으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식과 무식은 서로 묘한 관계가 있다. 만약 먹는 쌀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이 없다면, 그 사람은 쌀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없다. 별생각 없이 밥만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벼에서 발생하는 병충해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순간, 그때부터 그 사람에게는 모르는 것이 생긴다. 왜 저런 병충해가 생기는 것일까? 병충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충남 보령 스마트팜. 코리아팜 제공

충남 보령 스마트팜. 코리아팜 제공


이처럼 지식이 늘어나면, 모르는 것도 함께 많아지게 된다. 즉 지식은 계속해서 고민과 질문을 낳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식이 늘어날 때 함께 생기는 무식이 ‘호기심’, 즉 왜(?)라는 질문으로 탈바꿈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 단계 올라가게 되면, 바로 ‘창의력’이 된다.

스마트팜 기술이 소규모 농가에까지 확산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통해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이때, 농업 외부의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전통 제조업체의 축적된 노하우에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중·소농에 초점을 맞춘 농업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충남 보령에는 농부는 가만 있고 작물이 움직이는 농장이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회사의 오너가 자동차 공장의 컨베이어 시스템을 보고 “이거다!” 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곳은 자동으로 돌아가는 트롤리에 매달린 화분에서 엽채류와 과채류 등 다양한 작물이 물과 비료를 공급받아 재배되고 있다. 햇빛을 골고루 받아서 생산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재배 공간과 수확 장소를 분리하여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또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덕분에 많은 작업을 한 사람이 할 수 있어, 고령 농민에게도 적합하다. 무엇보다 일반 스마트팜에 비해 투자비가 저렴하다. 내년에는 이 시스템이 소농에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를 검증하는 연구도 시작한다고 한다.

소규모 농가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작지만 강한 ‘디지털 강소농(强小農)’ 모델을 개발하는 것, 이것이 지금 바로 우리 농업에 주어진 과제이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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