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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세..북핵 문제 유연하게 접근하면 성공 가능성"

입력
2020.10.29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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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응시]?
노무현 정부 첫 외교부장관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윤영관 전 장관은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핵 해결, 미중 갈등 등을 포괄한 한미 동맹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양국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윤영관 전 장관은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핵 해결, 미중 갈등 등을 포괄한 한미 동맹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양국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미국 대선(11월 3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승자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권 교체에 나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CNN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앞선다. 주별 승자가 해당주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구조 때문에 중요한 6곳 경합주 판세에서도 바이든이 우세하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예상을 뒤엎고 이곳에서 간발의 차이로 이겨 대권을 쥐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두 후보의 격차가 점점 좁혀진다. 지난 대선처럼 트럼프 지지자들이 적극 투표해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미 대선 결과는 우리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 평화의 관건인 북핵 외교의 방식도, 한미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나 미 대선 이후 우리 외교 과제에 대해 들었다. 국제정치학자인 윤 전 장관은 2015년 말 서울대 퇴임 이후 통일 문제 관련 저술, 강연에 힘쓰고 있다.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박빙의 승부다. 변수 중 하나는 겉으로는 지지 표시를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를 찍는 ‘샤이 트럼프’ 규모가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4년 전과 다른 점은 당시 힐러리보다 바이든은 비호감도가 훨씬 낮다는 점이다. 대신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높다. 4년 전 힐러리 승리를 예측했다 낭패를 본 여론조사기관들이 변수를 보완했다고 하는데 그 다수가 바이든 유리로 나오는 상황이라 현재로는 바이든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북핵 외교와 한미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 정부에서 정상간 소통 채널을 열어 북한의 안보 불안감 해소 여지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접근 내용이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핵화 협상은 ‘압박’과 ‘정치적 소통’의 균형이 중요한데 압박 일변도 노선이 그대로다. 먼저 비핵화하면 나중에 보상하겠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지난해 비건이 스탠포드 강연에서 제시했던 동시병행 접근이 유연하면서도 실용적이지만 강경파의 입김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북핵 해법에 한미간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아쉽다. 한미 동맹은 불안정 요인이 커졌다. 자유주의 리더십을 포기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트럼프 외교 때문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북핵 협상에 성과가 있을까.

“미결 상태인 하노이 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스몰딜’이 가능할 수 있다. 부분적인 비핵화와 일부 제재 해제,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등에 합의할 수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인간적인 유대를 잃지 않은데다, 북한은 경제가 나빠 신속한 제재 해제를 원하고, 트럼프가 업적 쌓기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비건 국무부 부장관 같은 유연하고 실용적인 인물에 힘이 실리느냐가 관건이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비핵화 협상 등 대북 외교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어떤 방식이 될 것으로 보는가. 그 경우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마지막 TV 토론에서 바이든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말을 했다. 바이든 캠프가 북한 문제에 정교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실무자끼리 협의해 비핵화 약속을 받아낸 뒤 만나겠다는 상향식 접근은 트럼프 이전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 외교 방식이다. 적대적인 분위기 해소 없이 진행되는 이런 협상으로는 시간만 끌고 타결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2차대전 발발 전 영국 체임벌린 총리가 히틀러 만난 것에 비유한 것도 걱정스럽다. 만난 것 자체가 양보라는 것은 지금까지 미국의 전형적인 대북 시각이었다. 압박만 앞세워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의 경우 산적한 국내 문제로 외교를 뒤로 미루거나 외교 이슈 중에서도 북한이 우선순위에서 뒤처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다급해진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경우 지난 3년간 긍정적인 북미 관계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미 관계는 트럼프 때와는 달리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동맹 관계는 안정될 것이다. 트럼프처럼 이익 추구가 아니라 이념 가치 차원에서 동맹을 중시하리라 본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우리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고, 주한미군은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규모를 조정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불안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바이든은 외교의 키워드로 ‘민주주의’와 ‘동맹’을 자주 언급한다. 민주주의 리더십 회복은 다른 말로 하면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국제질서를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로 제지하겠다는 의미다. 바이든은 한국을 성공한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 사례로 여기고 있어 협력에 대한 기대가 클 수 있다.”

-비핵화 협상에서는 우리 정부의 역할도 작지 않다. 남북미 대화가 정체된 지금, 그리고 미 대선 이후 우리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까.

“우선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한국 내의 냉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압박 일변도가 아니라 정치적 소통과 조화시켜 균형 잡힌 북핵 외교를 하도록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시급히 할 일은 미국과 한미 동맹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우선 북핵 문제다. 바이든은 이란 핵합의를 성공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북핵 회담도 과거 6자회담 같은 다자주의로 갈 수 있다. 협상전략도 동시병행적인 접근으로 바꾸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풀려면 대북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하는데 어떻게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이것을 할 것인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외교관계 정상화, 평화조약 등을 비핵화 과정의 어느 시점에 맞춰 연계할 것인지 로드맵을 정할 필요가 있다.

미중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어떤 동맹으로 거듭날 것인지 포괄적인 논의도 해야 한다. 그런 논의가 끝나고 나서 방위비, 전시작전통제권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자회담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자 접근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6자회담이 실패한 이유는 미국이 그 회담을 협상다운 협상의 틀로 활용하기보다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썼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미국은 제네바 합의 위반이라는 나쁜 행동을 한 북한에 보상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고 그래서 초기 3년 간 대화가 부진했다. 2005년 가까스로 9ㆍ19 공동성명을 도출했지만 바로 미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들고 나와 허사가 돼버렸다. 네오콘의 입김이 강해 외교적 해결이 어려웠다. 2006년 북한 핵실험 후 2007년 시작된 북미협상에서는 북한이 비협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미국 조야에 강경 세력이 있지만 6자회담 때보다는 훨씬 약해졌다. 바이든 정부에서 좀더 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를 한다면 성공 가능성도 있다.”

-남북 관계는 북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적인 대북 정책 방향이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 주민간 통합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을 초당적 장기 전략으로 지속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반도의 운명을 외부 세력이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북 화해협력 노력은 계속해야 마땅하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노선을 이탈하면 세계에서 고립될 수 있다. 상황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코로나 국면이니 보건의료 협력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북한 설득인데 두 지도자가 인간적 신뢰를 쌓았다면 그것을 총동원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좀더 솔직해질 필요도 있다. 비핵화하면서 경제발전, 안전보장을 동시 추구하는 것이 북한을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을 솔직히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과잉 기대하지 않는 접근을 해야 장기적으로 남북 관계가 건실하게 진전될 수 있다.”

-미중 갈등은 우리 외교의 딜레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압박 받는 나라는 한국 말고도 수없이 많다. 빨리 어느 한쪽을 편들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은 피해야 한다. 안보를 축으로 한 한미 동맹, 한중 경제 우호라는 현재의 틀 안에서 당분간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중 사이 전략을 생각할 때 핵심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한반도가 해양, 대륙세력이 부딪힐 때마다 고난을 겪어왔던 역사적, 지정학적 특수성이다. 강대국 세력 경쟁의 무대가 되어 극심한 피해를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국이 군사적으로 중국을 적으로 돌리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미중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한반도는 중국의 군사공격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안보 등에서 반중국 전선을 꾀하는 미국의 요구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 가지 방안은 우리가 국가정체성, 민주주의, 자유중시, 시장경제 중시, 다자주의, 인권 등의 가치 위에 서 있는 나라이고 그 토대 위에서 외교를 해갈 나라임을 누누이 밝히고 거기에 입각한 외교를 하는 것이다. 동시에 한미 동맹의 타깃이 현재 북한에서 중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가정체성에 기반한 외교를 하되,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한미동맹 타깃의 중국 확대를 피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가진다면 외교 난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 가능할 것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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