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침묵
돈 드릴로 지음. 송은주 옮김. 미국 포스트모던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돈 드릴로의 최신작 ‘침묵’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출간 전부터 팬데믹이 야기한 고립과 단절에 대한 선견지명과 통찰을 담아냈다는 평을 들으며 화제를 모았다. 소설은 2022년 슈퍼볼이 열리는 일요일, 원인 모를 재앙적 사건으로 모든 전자통신기기가 작동하지 않게 된 어느 날 다섯 남녀가 겪은 일을 그린다. 작가는 과학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인간 존재에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를 탐색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파고든다. 창비·140쪽·1만4,000원
◇토요일의 특별활동
정지향 지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가 정지향의 첫 소설집. 작가가 6년 동안 써내려간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정지향의 소설은 주로 유연해서 구부러지기도 쉬운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의 시기를 통과하는 인물들을 담는다. 표제작 ‘토요일의 특별활동’은 중학생 시절 내가 정민을 보고 겪는 묘한 감정을 그린다. 자기감정을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의 자신을 지금의 위치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쉽게 불순한 이미지로 연결되고 마는 ‘여학생’을 정형화되지 않는 구체성과 생동감을 지닌 인물로 그려낸다. 문학동네·248쪽·1만3,500원
◇오늘 하루만이라도
황동규 지음. 시인 황동규가 4년 만에 묶어낸 시집이 출간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78편의 시와 더불어 황동규 시 세계의 이해를 돕는 시인 본인의 산문 두 편을 수록했다. 시인은 직접 산문에서 말하듯 연극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 시적 자아를 변모시키는 ‘극서정시’를 구현하고 발전시킨다. 극서정시가 마련해주는 ‘거듭남’을 통해 독자들이 짊어가는 삶의 짐을 별빛 무게만큼이라도 덜고자 하는 시도다. 끝을 받아들이면서도 오늘을 살아내는 시인의 모습이 슬픔 대신 희망과 기대를 전한다. 문학과지성사·162쪽·9,000원
◇스노볼
박소영 지음. 제1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내려간 혹한기, 돔으로 둘러쳐진 따듯한 지역 ‘스노볼’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꿈과 야망이 분명한 여성 십대 주인공의 활극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주인공의 모험은 미스터리, 로맨스릴러, 아포칼립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쾌감을 선사한다. 진짜와 가짜가 뒤섞이고 개인은 고립되는 미래 사회를 통해 격려와 연대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단행본에는 사전 연재에 공개되지 않았던 주요 등장인물의 외전을 함께 실었다. 창비·472쪽·1만4,800원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오드 메르미오 지음. 이민경 옮김. 프랑스의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임신중지 여성인 오드 메르미오가 들려주는 임신중지 이야기. 임신중지 시술을 결심하고 시술을 받게 되기까지, 또 그 이후 겪게 되는 경험과 감정들을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를 통해 때로는 글로 때로는 그림으로 전한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남성 의사 마크 조프란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오드의 이야기와 상호 보완을 이룬다. 종교와 윤리, 과학 등의 주장을 떠나 그동안 가려져 있던 임신중지 여성의 목소리를 조명한다. 롤러코스터·168쪽·1만7,000원
◇별뜨기에 관하여
이영도 지음.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등 한국을 대표하는 판타지 작가 이영도의 첫 SF 단편소설집이 출간된다. 2000년 이후 발표된 이영도 작가의 단편소설 10편을 엮었다. 지구인의 성장파트너가 된 외계문명과의 이야기 ‘위탄인 시리즈’ 4편을 중심으로 SF,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실었다. 배경은 미래의 우주시대지만 현대의 우리를 향해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이외에도 대속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나 무중력 공간에서의 살인 등 다양하고 독특한 SF 설정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황금가지·288쪽·1만3,800원
어린이
◇무서운 이야기
이갑규 글·그림.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찾아 아이는 집을 나서 숲으로 향한다. 삐걱거리는 낡은 다리와 축축한 풀밭,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명은 아이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아이는 아빠를 찾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을 수상한 이갑규 작가의 무서운 이야기가 나왔다. 어린이의 불안한 마음이 투영된 숲속을 오싹하게 그리며 두려움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호랑이와 곶감’ 설화를 독특하게 패러디해 재치 있는 반전을 꾀한다. 창비·40쪽·1만3,000원
◇라고 말했다
이혜정 글·그림. 누구나 살면서 도전과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린다. 학교에 입학하고, 달리기를 하고, 춤을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모든 일이 어렵고 피하고만 싶을 때가 있다. 삶 속에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며 자라게 될 아이들에게 동물이라는 친절한 안내자가 도전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애벌레는 균형 잡는 법을, 아기 새는 두려움을 무릅쓰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아이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전한다. 빨강과 검정만을 이용한 생동적인 드로잉은 그림이 가진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한다. 길벗어린이·64쪽·1만7,000원
◇상자 세상
윤여림 글. 이명하 그림. 오늘도 번개 쇼핑 택배 기사가 수백 개의 택배 상자를 가득 싣고 배송을 시작한다. 택배를 받은 사람들은 물건만 확인하고 빈 상자는 밖으로 휙 던져 버린다. 쌓이고 쌓인 상자들은 ‘배고파’라고 외치더니 세상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책은 시의성 높은 주제인 과소비, 쓰레기, 환경 등의 이야기를 상자라는 상징적인 키워드로 풀어낸다.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 세상도 영향을 받는다는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보다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방법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천개의바람·60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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