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웃는 얼굴인 정세균 국무총리의 별명은 '스마일 맨'이다. 그런 정 총리가 최근 주재한 회의에서 언짢은 기색을 여과 없이 보였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0차 세종특별자치시지원위원회 회의. 세종시 지원과 발전을 위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다. 정 총리가 위원장이며, 위원은 27명. 9개 부처 장관도 위원으로 참여한다. 기획재정ㆍ교육ㆍ과학기술정보통신ㆍ국토교통부ㆍ문화체육관광ㆍ보건복지ㆍ산업통상자원부ㆍ행정안전ㆍ환경부 장관이다.
2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만 참석했다. 나머지 장관들은 대리 참석자를 보냈다. 이에 정 총리는 회의장에서 굵고 짧게 말했다. "유감이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정 총리가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자, 회의장에 냉기가 흘렀다고 한다. 민간위원 10명 중에서도 불참자가 여럿 있었다.
정 총리의 '유감 표명'을 두고 총리실에선 "단순히 저조한 회의 참석률 때문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회의 주제인 '지역 균형 발전'에 장관들이 관심을 쏟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을 거라는 얘기다.
27일 회의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회의 종료 후 위원회는 "국회가 세종의사당 설치를 확정하면, 정부는 신속한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주문했다.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 장관들이 불참한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감사 등 보다 시급한 현안을 챙기느라 장관들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은) 국가적 사업이기도 한데, 장관들이 대거 빠진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역균형발전은 정 총리의 각별한 관심사다. 정 총리는 국회의장 시절 '국회 분원 타당성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등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해 애썼다. 27일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현재 국회와 행정부가 멀리 떨어져 있어 행정 비효율과 낭비가 상당하다"며 세종 국회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세종시를)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으로 키워야 한다. 그 첫 단추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다"고 썼다. "노무현 후보님과 함께 행정수도 미래를 그린 것이 바로 엊그제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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