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美 반감은 역대 최고
美유권자는 코로나·경제 더 관심
"대중 강경입장이 표심 못 흔들어"
"중국은 나의 선거 패배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4월 30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직후부터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의 강도를 높이는가 하면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걸어 제재 카드를 꺼냈다. 심지어 중국 체제의 근간인 공산당을 적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미중관계를 벼랑으로 내몬 이 같은 조치들은 다분히 재선을 의식한 표심얻기 전략이었다.
하지만 실패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관계를 악화시키며 중국 관련 이슈를 재선 캠페인 전략으로 활용했지만 유권자의 표심을 흔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코로나19에 초점을 맞춘 미국 대중들의 관심이 중국으로 옮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반감은 높았지만 실제 투표의사는 달랐다. 지난 7월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3%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역대 가장 높은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트럼프 캠프의 '중국 때리기' 전략이 주효한 듯도 하다. 하지만 올해 대선의 이슈 중요도를 물은 갤럽의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 '중국'이란 응답은 16개 중 15위에 그쳤다. 유권자들은 공중보건과 경제, 인종문제 등을 훨씬 더 중시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윈쑨 동아시아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표를 더 얻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고리로 유권자의 적대감에 불을 지폈지만, 미국인들은 트럼프와 중국 모두를 나쁘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 때리기'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트럼프 캠프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아들과 중국 간 커넥션을 집중 제기하며 "바이든은 부패한 중국의 동맹"이라고 맹공했다. 하지만 잉이 마 시라큐스대 교수는 "대부분 미국인은 국내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굳이 중국과 연관시키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수백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을 감행했지만 결국 미국 소비자의 부담만 늘고 일자리는 되레 줄었다. 게리 버츠 유라시아그룹 부회장은 "중국은 이번 선거에서 짖지 않은 개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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