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향후 방향을 결정하느라 분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의 대미 전략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3개월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미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나서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최 부상이 자취를 감춘 것을 두고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복심'이었는데… 리선권 외무상과 갈등으로 좌천?
28일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최선희 제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수행한 모습은 올해 들어 한 번도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2인자로 차관급인 최 제1부상은 2018년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당시 김 위원장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만 해도 7차례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올 들어 공개 활동이 거의 없었던 최 부상은 지난 7월 북미 간 깜짝 접촉을 뜻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제기될 때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담화를 발표해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그 이후로는 공개 메시지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최 제1부상의 잠행을 놓고 크게 두 가지 관측이 나온다. 우선 대남 강경파인 리선권 외무상(장관급)이 올해 초 부임한 이후 최 제1부상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최 제1부상이 외무성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으로 대미 업무를 전담온 데 반해 리 외무상은 군부 출신으로 대남 업무만 담당해와 두 사람간 손발이 맞지 않아 알력 다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최 제1부상이 리 외무상과 갈등하다 중앙당으로부터 혁명화(사상 교육과 노역 등의 처벌 조치)를 명령 받고 3개월간 노역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제1부상의 강제 노역설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부 안팎의 반응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이 길어지고 코로나19로 북한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취하면서 최 제1부상을 포함해 외교 라인이 전반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설 계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리 외무상도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에 동행한 것은 1차례 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북한의 외교 관련 행사가 거의 없어 외교 담당자들이 등장할 계기가 없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여정과 함께 대미 전략 짜는 중?
최 제1 부상이 좌천당했다는 관측과 반대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미 대선 이후 큰 판의 대응 전략을 짜느라 공개 활동이 뜸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은 올해부터 북한의 대미·대남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데 최 제1부부장이 김 제1부부장을 보좌하며 물밑에서 새로운 판짜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톱다운 방식의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차 모색할 수 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모든 과정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거래로 보고 정상 간 담판으로 접근한 것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선제 조건으로 내걸고 실무 협상부터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만큼, 북한도 김 제1부부장과 최 제1부상 등 외교라인을 풀 가동해 전략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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