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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코앞인데 자취 감춘 북한 최선희, 왜?

입력
2020.10.29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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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6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향후 방향을 결정하느라 분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의 대미 전략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3개월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미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나서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최 부상이 자취를 감춘 것을 두고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복심'이었는데… 리선권 외무상과 갈등으로 좌천?

28일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최선희 제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수행한 모습은 올해 들어 한 번도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2인자로 차관급인 최 제1부상은 2018년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당시 김 위원장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만 해도 7차례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올 들어 공개 활동이 거의 없었던 최 부상은 지난 7월 북미 간 깜짝 접촉을 뜻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제기될 때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담화를 발표해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그 이후로는 공개 메시지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최 제1부상의 잠행을 놓고 크게 두 가지 관측이 나온다. 우선 대남 강경파인 리선권 외무상(장관급)이 올해 초 부임한 이후 최 제1부상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최 제1부상이 외무성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으로 대미 업무를 전담온 데 반해 리 외무상은 군부 출신으로 대남 업무만 담당해와 두 사람간 손발이 맞지 않아 알력 다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최 제1부상이 리 외무상과 갈등하다 중앙당으로부터 혁명화(사상 교육과 노역 등의 처벌 조치)를 명령 받고 3개월간 노역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제1부상의 강제 노역설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부 안팎의 반응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이 길어지고 코로나19로 북한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취하면서 최 제1부상을 포함해 외교 라인이 전반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설 계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리 외무상도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에 동행한 것은 1차례 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북한의 외교 관련 행사가 거의 없어 외교 담당자들이 등장할 계기가 없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김여정과 함께 대미 전략 짜는 중?

최 제1 부상이 좌천당했다는 관측과 반대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미 대선 이후 큰 판의 대응 전략을 짜느라 공개 활동이 뜸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은 올해부터 북한의 대미·대남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데 최 제1부부장이 김 제1부부장을 보좌하며 물밑에서 새로운 판짜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톱다운 방식의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차 모색할 수 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모든 과정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거래로 보고 정상 간 담판으로 접근한 것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선제 조건으로 내걸고 실무 협상부터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만큼, 북한도 김 제1부부장과 최 제1부상 등 외교라인을 풀 가동해 전략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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