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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죽음 바라보는 택배기사들 “다음은 내 차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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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죽음 바라보는 택배기사들 “다음은 내 차례 될 수도"

입력
2020.10.28 15:34
수정
2020.10.28 18: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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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택배기사 6명이 말하는 '끝없는 노동'
단가낮추기와 비용 절감에 노동자만 희생
효율에만 집착 말고 근로환경도 개선해야

27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롯데택배 전국 총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행진하는 모습. 뉴스1

27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롯데택배 전국 총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행진하는 모습. 뉴스1


벌써 13명. 올해 과로사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의 숫자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수년째 묵살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폭증한 올해, 기어이 택배 노동자들이 하나둘 스러지기 시작했다.

죽음이 잇따르고서야 쏟아진 여론의 관심, 정부의 뒤늦은 대책 약속에 택배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조금의 쉴 틈조차 주지 않고 한 인간의 일상을 갉아먹는 택배 노동. 그 가혹한 현실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현직 택배 노동자 6명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야간배송은 일상, 밤9시 끝나면 다행

한국일보가 접촉한 일선 택배 기사들은 “다음은 내 차례가 될 수 있겠다”며 동료 택배 기사들의 죽음을 내 일인양 바라봤다. 과로사한 동료들의 일상이 여느 택배기사의 일상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CJ 대한통운의 이정훈씨는 “택배 노동자 대다수는 주 52시간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오후 9시는 기본이고, 오후 11시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절반쯤 된다”고 말했다. 롯데택배 강동지회장 민종기씨도 “일을 처음 시작하고 2개월 만에 체중 24㎏이 빠졌다”며 “일하는 2년 동안 밥을 제대로 먹은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직장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치료비를 직접 지불해야 하고, 아파서 쉬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서울 시내 롯데택배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인대 접합 수술 3일 만에 ‘사람이 없다’고 하길래 다시 일을 하러 나갔다”며 “결국 일주일 후 재수술을 했는데도 산업재해로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젠택배에서 7년째 일하는 이상열씨는 “병원을 가려면 하루 일당의 2배인 40만원을 대체인력 업체에 줘야 한다”며 “특수고용직이란 이유로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열악한 근로 환경의 근본적 이유는 택배 회사들의 ‘단가 낮추기’ 경쟁이다. 김태완 전국택배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한 CJ의 전략은 ‘물류시장 점유’였다”며 “CJ가 저단가 경쟁을 시작하며 비정규직을 줄이고, 터미널 분류 인력은 물론 물건을 가져오는 화물차 수도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집하-분류-배송으로 이어지는 택배 업무 과정에서 택배 기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줄어들고 노동 강도는 높아졌다. 2,500원이던 택배 계약 단가가 1,700~1,800원 선까지 떨어졌고, 건당 820원 선이던 배송 수수료는 절반으로, 500~600원이던 집하 수수료는 3분의 1로 줄었다. 김 위원장은 “2013년에 3시간이면 끝나던 분류 작업이 지금은 하루 7시간이나 걸린다”며 “고객을 전화로 응대하는 일도 지금은 택배 노동자가 직접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택배 전국 파업출정식이 열린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롯데택배 비노조원을 비롯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뉴시스

롯데택배 전국 파업출정식이 열린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롯데택배 비노조원을 비롯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뉴시스


배송은 물론 분류·고객 응대까지 기사 몫

여론의 관심이 쏟아지며 열악한 근로 현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택배 노동자들은 “이제라도 알아주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택배 회사들이 뒤늦게 내놓은 사과와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보완책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15년 경력의 한진택배 김상용씨는 “우리의 노동이 이슈가 되어 감사하지만,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모르겠다”며 “회사가 총알배송, 새벽배송 등 물류시스템만 바꾸려 하지 말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CJ 대한통운이 대체 인력을 4,000명 충원한다고 발표했는데 인원 자체로는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비용 500억원의 절반을 대리점에서 지급하라는데, 결국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 기사 수수료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체국 소포 위탁 배달원들에게 적용 중인 주5일제, 상·하차 업무 공간 분리 등 업무 환경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020년 택배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이름 사망 일시 소속 배송(업무) 지역
김모(33)씨 1월 13일 우체국 경기 안산
김모(47)씨 3월 12일 쿠팡 경기 안산
김모(33)씨 4월 10일 CJ 대한통운 경기 파주
정모(42)씨 5월 4일 CJ 대한통운 광주광역시
A(40대)씨 5월 27일 쿠팡 인천광역시 (인천 물류센터 분류직)
박모(31)씨 6월 11일 로젠택배 전남 목포
서모(47)씨 7월 5일 CJ 대한통운 경남 김해
이모(46)씨 8월 16일 CJ 대한통운 경북 예천
김모(48)씨 10월 8일 CJ 대한통운 서울 강북구
장모(27)씨 10월 12일 쿠팡 경북 칠곡 (칠곡 물류센터 분류직)
김모(36)씨 10월 12일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구
강모(36)씨 10월 12일 CJ 대한통운 경기 광주 (곤지암 허브터미널 분류직)
조모(40)씨 10월 22일 건영택배 경남 진주
김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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