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당·?국민 대표 참여 '화해위' 제시
의회 개헌 회기 '빈손' 결과에 유화 카드
"정권 못 믿어"... 시위대는 여전히 강경론
태국 정권이 정부와 정당ㆍ국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화해위원회’ 구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석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반(反)정부 시위 사태 해결을 위해 국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자는 일종의 유화책이다. 그러나 시위대의 핵심 요구사항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에는 여전히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 해법 도출은 요원하다는 평가다.
28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의회는 26,27일 이틀 동안 진행된 개헌 특별회기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쁘라윳 총리는 “국민 대다수의 요구를 대변하지 않는 시위대의 퇴진 제안에 불응한다”며 “위기 때 도망가거나 나라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맞섰다. 왕실개혁 문제 역시 “의회 발언은 왕실모독죄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여당의 압박에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내달 열릴 정기국회 전까지 총리 선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합의 정도가 성과였다.
태국 지도부는 기대를 모았던 개헌 회기가 사실상 무위에 그치자 시위가 급격히 재확산할 것을 우려해 화해위 구성을 전격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론 추안 릭파이 하원의장이 “정치적 갈등 해결을 목표로 정부와 정당, 국민을 대표하는 인원들이 모이자”는 야당 측 제안을 수용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미 전날부터 여당이 태스크포스(TF)를 통한 화해위 구성 방식을 사전 검토한 점을 고려하면 승부수 성격이 짙다. 실제 정권은 화해위 성공을 위해 법무장관을 구치소로 보내 파누사야 싯티찌라와따나꾼 등 시위 지도자들과 대화를 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다.
시위대 측은 화해위에 참여는 하되, 집회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핵심 요구가 전혀 관철되지 않은데다, 정부 주도의 논의 기구를 신뢰하지 않은 탓이다. 특히 화해위에 쁘라윳 총리가 불참하거나 국민 대표에 왕당파 인원이 들어갈 경우 논의 자체를 보이콧할 공산도 크다. 정권의 ‘꼼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위대 안에서는 “화해를 말하면서 뒤로는 경찰을 통해 집회 참석자들 조사를 진행하는 정부 지도부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강경론이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정부 시위는 외교 이슈로도 확장되는 모양새다. 시위대는 앞서 26일 주태국 독일대사관을 찾아 “독일로 도피했던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현지에서 국내 정치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청원했다. 왕당파도 전날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 행정부가 시위를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맞불을 놨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장기간에 걸쳐 태국 국왕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한 반면, 미국은 무시로 일관하는 중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