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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통계

입력
2020.10.2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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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27일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27일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상 받는데 필요한 자질은 장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라인하르트 겐첼의 농담과도 같은 연구가 실제로 2012년 유명 학술지에 실린 적이 있었다. 초콜릿 소비량이 많은 나라일수록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며 국민 1인당 연간 초콜릿을 400g 더 섭취할 때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1명씩 늘어난다는 내용이다.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는 매우 느슨한 두 요인의 원인과 결과를 무리하게 단정한 데이터 해석의 전형적인 오류라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독감 백신 사망 우려도 이처럼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해 생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 설명에 따르면 매년 독감 예방접종률을 50%라고 가정하면 2개월 접종기간 내 매일 인구의 약 1%가 백신을 맞는다. 국내 사망자가 일평균 1,000명 정도이니 이 중 10명은 백신 접종자다. '사망하기 전 백신 접종 사례'가 매년 600명은 된다는 이야기다. 부검을 통해 접종 후 사망이 백신과 관계 없고, 불안을 부른 첫 고교생 사망자의 사인도 다른 것임이 밝혀졌으니 해석 오류는 더 분명해졌다.

□드물긴 해도 백신 사고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는 1955년 커터연구소의 소아마비 백신에 야생 폴리오 바이러스가 섞여들어가 5명이 숨지고 53명이 마비성 소아마비를 앓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에서도 2년 전 우한연구소 백신을 맞고 2세 아이가 급성척수염에 걸려 사회 문제가 됐다. 2013년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권장했던 일본에서는 부작용으로 한바탕 소란을 겪은 뒤 이를 권장 백신에서 제외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접종해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것은 자명하다. 18세기 초 유럽에서만 매년 40만명을 숨지게 했던 천연두가 백신으로 완전 정복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사회적인 불신이다. 런던대 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팀이 149개국의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백신의 안전성, 중요성, 효과에 '매우 동의한다'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이다. 앞뒤 따지지도 않고 '접종 후 사망 ○○명'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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