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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최대 난제 노점 정비 '뚝심'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서울 3대 도심, 제2 르네상스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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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최대 난제 노점 정비 '뚝심'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서울 3대 도심, 제2 르네상스 이끌 것”

입력
2020.10.28 18:30
수정
2020.10.29 01: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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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청 집무실에서 영중로 노점 정비 등 취임 이후 성과와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청 집무실에서 영중로 노점 정비 등 취임 이후 성과와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 영등포구는 얼마 전 이슈의 중심에 섰다. 전국에서 독감 예방접종 사망자가 잇따르고 불안감이 확산된 가운데 관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지난 22일 ‘예방접종 보류’를 권고해서다. 당시 백신접종과 사망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아 ‘문제없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기초자치단체가 독자행보에 나선 것이었다.

채현일(50) 영등포구청장은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이 고민했지만, ‘과잉대응이 늑장대응 보다 낫다’는 말처럼 구민들의 생명을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970년생으로 서울 구청장 25명 가운데 가장 젊은 그는 이 같은 ‘적극행정’으로 ‘영등포’ 하면 떠오르는, 수십 년 묵은 난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지난해 구민들의 숙원사업인 영등포역 앞 노점상을 충돌 없이 정비했고, 올 1월엔 정부 및 서울시와 함께 쪽방촌에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확정ㆍ발표했다. 내년에는 영등포로터리 고가를 철거한다.

애초 ‘되겠냐?’는 반응을 보였던 주민들 사이에서 “젊고 뚝심있는 리더가 와 영등포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취임 2주년을 맞아 실시한 구정 조사에서 79.8%가 ‘만족한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전년 보다 22.6%포인트 올라 본인도 놀랐단다.


_독감 예방접종 보류를 전격 결정해 주목을 받았다.

“70대 주민이 관내 병원에서 접종 3시간 만에 회사에서 사망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질병관리청이 잘 하는 와중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논의 끝에 사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보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바로 220개 병원에 안내 문자와 메일을 보냈다. 대신 (강제성이 있는) 행정명령이 아니라 병원이 판단할 수 있도록 ‘권고’를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사인이 ‘대동맥 파열’로 나왔고, 질병관리청도 백신과 인과성 낮다고 해 3일만에 접종 재개를 안내했다.”

_2년여 구정을 돌이켜 볼 때 가장 큰 성과는 뭔가.

“영등포역 앞 영중로 일대 노점 정비다. 2018년 6월 민선 7기 취임 후 접수한 구민 청원 1호다. 영등포신문고를 통해 8일만에 주민 1,297명이 공감ㆍ요청해 깜짝 놀랐다. 격변기와 산업화 와중에 자연스레 형성된 70여개 노점은 50여년간 보행로를 점유했다. 비오는 날엔 우산 쓴 행인 1명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통로가 좁아졌다. 그러나 상인의 생존권도 걸려 있는 문제였다.”

_노점상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했나.

“상생할 타협점을 찾기 위해 상인과 주민들을 100여 차례 만나 신뢰를 쌓고 설득했다. 결국 작년 3월 25일 단 2시간만에 아무런 충돌없이 정비했다. 유례없는 일이었다. 대신 부부합산 재산 3억원 이하인 영세노점 25곳은 일정 임대료를 내고 합법영업하도록 ‘거리가게’를 만들었다. 예산 27억원을 들여 보도와 버스정류장을 넓혀 탁트인 거리와 보행로를 주민에게 돌려준 게 큰 의미다.”


서울 영등포역 앞 영중로 일대에 노점들이 정비되기 전의 모습. 노점들이 자리를 차지해 보행로가 매우 협소하다. 영등포구청 제공

서울 영등포역 앞 영중로 일대에 노점들이 정비되기 전의 모습. 노점들이 자리를 차지해 보행로가 매우 협소하다. 영등포구청 제공


서울 영등포역 앞 영중로 일대에 자리잡았던 노점들이 지난해 3월 정리된 이후 보행로의 모습. 구청이 예산을 투입해 보행로를 넓히고, 깔끔하게 단장해 쾌적하게 바뀌었다. 영등포구청 제공

서울 영등포역 앞 영중로 일대에 자리잡았던 노점들이 지난해 3월 정리된 이후 보행로의 모습. 구청이 예산을 투입해 보행로를 넓히고, 깔끔하게 단장해 쾌적하게 바뀌었다. 영등포구청 제공


_영등포역사 옆 쪽방촌은 어떻게 개발되나.

“올 1월 쪽방촌 부지 1만㎡를 공공택지지구로 지정해 1,200가구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호,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 분양주택 등 600호를 짓는다. 현재 설계 중인데 내년에 보상하고, 착공에 들어간다. 2025년 입주가 목표다.”

_이 사업의 차별점은 뭔가.

“쪽방 주민이 쫓겨나지 않고 함께 살도록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을 적용한다. 인근에 기존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주단지를 먼저 조성하고, 공사가 시작되면 쪽방 주민이 임시 거주토록 한다. 공공주택 완공되면 이들이 다시 입주한다. 무료급식, 진료, 자활ㆍ상담 등의 돌봄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쪽방 주민 주거 면적이 1.65㎡∼6.6㎡(0.5∼2평)에서 16㎡(4.84평)로 넓어지고, 평균 22만원인 월 임대료도 3만여원으로 저렴해진다. 행복주택 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국공립유치원, 도서관, 주민카페 등 편의시설도 설치한다. 영등포의 낙후된 이미지인 쪽방촌이 ‘포용적 주거복지’ 모델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지방 몇 곳에서도 이 모델을 따라 하고 있다.”

_영등포로터리 고가 철거도 계획 중인데.

“영등포로터리는 전국에서 가장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고가 밑 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처음 운전하는 분은 길을 잃는다. 한 차선 만 옆으로 가면 엉뚱한 길로 빠지고, 도시미관도 해친다. 여의도로 걸어서 넘어가려면 7번이나 길을 건너야 해 지역간 단절도 야기한다. 내년에 고가 차도를 철거하고, 평면교차로로 바꿀 계획이다.”

_향후 중점 추진사업이 뭔가.

“영등포역 일대 도시재상사업을 추진하고, 18개 마을도서관 건립,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대선제분 부지에 문화발전소 조성 등도 공을 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다. 서울의 3대 도심으로서 위상을 높이겠다.”

소신껏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하며 영등포의 변화를 이끌어 낸 원동력으로 채 구청장은 “국회, 청와대, 서울시 등에서 근무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꼽았다. 그러면서 “교통ㆍ경제ㆍ금융 중심지로 영등포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채현일 구청장은

채현일 구청장은



진행=박석원 지역사회부장

정리=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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