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중에서 지금처럼 ‘울긋불긋’이 딱 맞는 때가 더 있으랴. 일기 예보가 날씨보다도 먼 산의 빛깔에 정성 들여 말하는 때가 돌아왔다. 울긋불긋이란 말 그대로 풍경화이고, 색깔들이 펼치는 잔치이다. 산이 위에서부터 울긋불긋해 오면, 산기슭에는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모여든다. 산은 자연의 식솔을 다 먹여 살리는 큰손이다. 산이라는 집에는 온갖 것이 다 모여 산다. ‘아기자기’한 잎을 한 아름 안고 서 있는 키 작은 나무도, 설익은 채 ‘올망졸망’ 달린 열매도, ‘얼루룩덜루룩’하게 우는 풀벌레도 산에서는 다 사랑받는 식구다. ‘요리조리’ 찬찬히 살펴보면 ‘요모조모’ 쓰일 데 많은 들풀들이 ‘오밀조밀’ 모여 앉아 있고, 이름 모를 꽃들이 ‘오순도순’ 더불어 피어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0년, 뉴스만 바라보며 누구라 할 것 없이 ‘허둥지둥’ 그렇게 보냈다. 그렇지만 자연은 우리네 삶과 다른 모양새다. 자연은 ‘알뜰살뜰’ 빛을 챙겨 ‘오목조목’ 맞춰 이은 조각보처럼 울긋불긋한 풍경을 빚어냈다. 그런데 무언가를 이루려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온 사람들은 ‘아웅다웅’하느라 ‘붉으락푸르락’ 하고 있었다. 아무 일에나 물색 없이 ‘물덤벙술덤벙’ 나섰다가 ‘얼멍덜멍’한 마음을 안고 잠드는 날 같다. 한 해에 한 번, 자연에서 이런 걸 배운다.
‘울퉁불퉁’한 길을 뒤로 하고 다시 산을 마주한다. 우리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산은 부끄러운 듯 ‘우물쭈물’거리지만 우리는 안다. 설령 ‘어름더듬’하게 답해도 다시 이맘때면 저기쯤에서 울긋불긋할 것이라는 것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