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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과 황후의 권력투쟁

입력
2020.10.2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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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8 이재선 사약을 받다

영국 스트랫퍼드어판의 리어왕 상징물. 권력 승계는 임종의 그것과 맞먹는, 인간 욕망의 격렬한 시험대일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도 저 한 장면의 판타지적 변주였다. pixabay

영국 스트랫퍼드어판의 리어왕 상징물. 권력 승계는 임종의 그것과 맞먹는, 인간 욕망의 격렬한 시험대일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도 저 한 장면의 판타지적 변주였다. pixabay


리어 왕의 비극은 딸들의 악덕과 눈이 어두운 늙은 왕의 박덕에서 비롯된 듯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처럼 그 역시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이어진 권력의 마성, 인간 보편의 욕망이 뿌리다. '신의 섭리'에 포획된 인간의 한계가 모든 비극의 바탕이라는 미학적 판단에 비추어, 리어 왕의 비극은 그 한계에 대한 리어의 오만이 원인이라 할 수도 있겠다.

1막1장 리어의 첫 대사는 "은밀한 짐의 생각"을 "단호한 의도"로 토로하는 내용이다. "모든 근심과 일거리를 짐의 나이에서 떨쳐내(...) 보다 젊은 세력에 넘겨주"고, "짐은 부담 없이 무덤을 향해 기어가겠다는" 선언. 단호, 모든, 무덤 등 극단의 말들은 인간의 한계 너머로 미련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성악, 비관, 비극, 혐오의 끝은 늘 인간이 만든 허구의 극단에 부딪치며 나아가지만, 그 극단은 결코 신의 극단이 아니다. 예컨대 우리는 '막장' 너머에서 늘 새로운 '막장'과 마주친다. 막장의 '막'도 극단의 언어다.

조선 말기 권력자 흥선대원군과 며느리 명성황후가 아들이고 남편인 고종을 사이에 두고 벌인 권력 투쟁은 누구도 편들기 힘들 만큼 너절하고 치열했다. 임오군란 직후 대원군이 청에 끌려가 4년 귀양을 산 일, 일본 낭인들의 손에 황후가 숨진 일(을미사변), 더 전에 이어진 세력 간 방화, 보복의 배후에 저 둘이-사주했든 동의 묵인했든- 있었던 건 뻔한 일이었다. 왕은 허수아비였고, 외세와 두 권력자는 서로를 수족으로 여겼다.

임오군란 9개월 전인 1881년 10월 28일, 대원군의 장남 이재선이 역모로 사약을 받고 숨졌다. 그는 서자였지만 권력자의 아들(이자 왕의 서형)인 덕에 여러 벼슬을 살며 종2품 참판의 품계를 누렸다. 1881년 9월 대원군의 볕을 쬐던 몇이 이재선을 업고 왕을 바꾸려다 발각됐다. '매천야록'에서 이재선을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하는 우둔한 사람'으로 평한 황현은 그가 영문도 모른 채 귀양 끝에 사약을 받게 됐다고 기록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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