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8일 앞두고 '보수 절대우위' 대법원 완성
트럼프, 즉각 취임식 열어 "美에 역사적인 날"
바이든·민주당은 대선 승리시 대법관 늘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대선을 8일 앞두고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보수 절대우위'로 재편됐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되지만,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치적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26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반대 속에 상원 본회의를 열어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인준안을 찬성 52 대 반대 48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지명 행사가 열린 지 꼭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인준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배럿 대법관의 청문회를 주도한 상원 법제사법위원회도 지난 22일 민주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공화당 단독으로 인준안을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임명한 세 번째 대법관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하자 배럿을 후임으로 낙점하고 대선 전 인준을 밀어붙였다. 상원 다수당인 여당은 적극 협조했다. 이날 투표에서 공화당 소속 의원 53명 중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수전 콜린스 의원이 유일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상원이 대선에 가장 임박한 대법관 인준 기록을 새로 쓰게 됐다"며 "미국 현대사에서 초당적 지지 없이 인준된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미 연방대법원 구성은 보수 6명, 진보 3명의 확실한 보수 쏠림으로 재편됐다. 대법관은 임기가 없는 종신직이라 대법원의 보수화는 장기간에 걸쳐 공고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진보 진영에서 벌써부터 낙태와 총기 규제, 의료보험 등 각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한 판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외신은 특히 이번 인준이 "대선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대한 승리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편투표 비중이 대폭 확대되면서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적 공방 가능성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대법원이 대통령을 결정하는 상황에도 대비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백악관에서 대법관 취임선서식을 열고 "미국에 중대한 날"이라며 자축했다.
민주당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공화당은 6,200만명 이상이 투표를 마친 상황에서 코로나19 부양안 대신 대법관 후보자를 밀어넣는 것을 택했다"며 "야비하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맹공했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법관 증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바이든 후보는 당선 시 초당파적인 사법개혁위원회를 만들어 현행 대법원 체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이 역시 사법부 독립성 훼손 논란에 직면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배럿 대법관은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그는 고(故)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 출신으로, 모교 노터데임대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일곱 자녀를 둔 '다둥이 엄마'로 낙태 반대 소신을 밝혀왔으며, 보수 기독교 신앙단체 '찬미하는 사람들'의 회원으로 드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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