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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우유'는 못 쓰고 비건 '소시지'는 쓰고... 식물성 제품 이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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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우유'는 못 쓰고 비건 '소시지'는 쓰고... 식물성 제품 이름 논란

입력
2020.10.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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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축산농가 대체육 제품 명칭·표기 이의
유럽의회 "버거, 소시지 표현 써도 된다" 결정

비건 파스타와 비건 미트볼. 게티이미지뱅크

비건 파스타와 비건 미트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건강이나 동물보호 등을 이유로 채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체육을 활용한 제품들이 출시되는 가운데 대체육 상품 명칭을 둘러싸고 유럽과 미국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축산 농가들이 "고기가 안 들어갔는데 왜 버거냐", "식물성인데 왜 소시지냐"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육 제품에 육류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유럽연합(EU)에서는 식당이나 매장에서 ‘비건 버거’, ‘비건 소시지’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럽의회는 최근 EU 내 식당, 상점 등에서 계속 '베지 버거' 등의 이름을 붙여 판매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체육 제품에 육류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으나 부결됐기 때문이다.

사실 ‘비건 버거’ ‘베지 버거’ ‘비건 소시지’ ‘아몬드 우유’ ‘비건 치즈’ 등 대체육과 대체 유제품을 지칭하는 단어들은 기존 육류 제품의 명칭을 일부 바꾼 것이다. 식물성 상품의 증가가 반갑지 않은 축산 농가들은 이 같은 ‘잘못된 명칭’이 소비자 혼란을 불러온다고 주장해 왔다. 그 대신 베지 버거는 '식물성 원반(베지 디스크)'으로, 대체육 소시지는 '베지(대체육) 튜브' 등으로 지칭하자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몬드 우유. 유럽 27개국에서는 아몬드 우유라고 부르지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몬드 우유. 유럽 27개국에서는 아몬드 우유라고 부르지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설을 통해 “유럽의회의 이번 결정은 논리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옹호했다. 가디언은 “소시지라는 단어는 모양을 의미하는 것이지 내용물이 아니다”라며 “라이스 버거는 이미 아시아에서 인기다”라고 지적했다. 농가가 내세운 베지 디스크나 베지 튜브는 오히려 더 혼란을 일으켜, 식물성 제품의 판매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체육 상품 명칭에서 생산 기업과 채식주의자, 환경단체가 승리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에서는 2018년부터 '두유'(soy milk)라는 이름에서 '유'(milk)자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시행 중이다. 우유나 크림, 버터, 치즈, 요구르트와 같은 전통적 유제품을 지칭하는 단어를 순수 식물성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고기 없이 버섯과 토마토 등으로 만든 비건 버거. 게티이미지뱅크

고기 없이 버섯과 토마토 등으로 만든 비건 버거.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목장주연합이 고기나 쇠고기 등의 정의에서 대체육류 상품은 빼 달라고 농무부에 청원한 것이다. 그 결과 미주리·미시시피·루이지애나주에서는 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한 육류를 비롯해 대체육 제품은 육류제품으로 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논란에 휩싸인 미시시피주에서는 다시 규제를 푸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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