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교육플랫폼입니다. 2030을 위한 교육플랫폼이 특히 강세입니다. 집에서 춤 배우기, 집에서 영어 독학 마스터하기, 영상편집 배우기 등등. 그런데, 가장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교육 콘텐츠는 따로 있습니다. ‘부자 되는 방법’ 강의인데요. 자극적인 광고카피가 눈에 띕니다. “당신이 그동안 가난했던 것은, 부자가 되는 법칙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억대의 소득을 벌고, 경제적 자유를 얻을 준비, 되셨나요?” “당신과 부자들이 다른 건 딱 하나 ‘마음가짐’입니다.” 등등. 소위 부자가 되는 데에는 심리 법칙이 있고, 그대로 행동하고 마음가짐을 바꾸면 누구나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부자 심리’ 수업인데요. 왜 그렇게 저는 이 문장들이 자극적이고 보기 불편한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또래 청년들에 비해 소득이 적지는 않은 편이기에, 프리랜서를 꿈꾸는 청년들이 편지를 보내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님처럼 될 수 있나요?’ 항상 그들에게 정성껏 답장을 보냅니다. 제가 답을 알려드릴 수는 없다는 내용으로요. 저 자신의 소득은 내 재주와 능력만으로 일군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다가, 지금 잠시 잘 벌고 있대도 언제든지 환경의 풍랑을 만나 고꾸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를 만드는 것 또한 운칠기삼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부적을 사고 무속인을 찾아가란 건 아니지만, 아무리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도 사람마다 환경과 관계, 학력과 유소년기의 경험 등에 다양한 변인에 따라 그 결과값은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도 마치 행운까지 '법칙을 학습하는 것'으로 증진된다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저런 강의 중에 특히 '간단한 방법만으로 부자가 된다'를 강조하는 강의의 기본전제는 매우 폭력적인 가스라이팅을 전제로 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가난했던 건, 마인드 세팅의 문제였다'로 강의를 듣는 사람의 존엄부터 깎아버리거나, 당신은 이 간단한 시크릿을 모른 채 미련한 방법으로 살아왔다는 식으로 폄하하고 시작하는 거지요. '꾸짖음'을 시작으로 자기 메시지를 전하는 일부 자기계발 강연가들의 패턴과도 맞닿아 있달까요.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휘청이고 가난의 공포를 느끼는 시대라지만, 억대, 경제적 자유, 한 시간 일해서 한 달에 1,000만원, 이런 단어들이 정말로 학습을 위한 키워드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삼국지에서 장각이 태평요술서를 들고 환술을 부려 백성을 호도하던 장면이 왜 자꾸 떠오르는지요.
물론 저 한 명이 아무리 외쳐도 거대 플랫폼의 수없는 광고 러시에 무력하다는 것을 압니다. 계란에 바위 치기라는 것도요. 그래도 분명히 말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당신이 지금 부유해도 모두 당신만의 공은 아니고, 당신이 가난하다 한들 오롯이 당신 혼자만의 탓은 아니다"라고요. 그리고 한 번만 의심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강의 하시는 분들 상당수가 본인은 이미 경제적 자유를 얻었기에 평범한 여러분을 돕기 위해서 강의를 열었다고 하는 그 문장의 아이러니를 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로 자기를 서술하는 이들이, 여러분을 돕기 위해서라는 그들이, 어째서 그토록 유료 강의에 몰두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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