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윤석진 KIST 원장 기자간담회?
"연구개발 성공률 97%는 자랑 아닌 오명
줄 세우기식 정량 평가는 고질적 병폐
기업과 함께 연구하는 '링킹랩' 운영 계획
대기업 1곳·중기 3곳과 논의 중"
“연구개발(R&D) 성공률 97%는 자랑이 아니라 오명이다. 성실 실패와 성실 도전에 포상하는 연구 문화를 만들겠다.”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25대 원장은 27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윤 원장은 과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KIST가 앞으로 R&D 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연구 문화를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 국가 R&D의 성공률은 97%에 달한다. 실패가 거의 없어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 실생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윤 원장은 그 원인이 ‘한국적 R&D 문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논문이나 특허 건수 위주의 정량적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며 ‘줄 세우기’식 평가 체계를 기반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 같은 문화는 “고질적인 병폐”가 됐다고 윤 원장은 꼬집었다.
이에 KIST는 기관 내에서 ‘그랜드 챌린지’ 연구를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답 없는 연구를 수행하며, 세계 최초의 시도에 도전하는 문화를 장려해 두려움 없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윤 원장은 말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상을 받고 격려를 받는 연구 문화로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
KIST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서울 지역의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됐다. 지역별 강소연구개발특구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개발한 공공기술을 신속하게 사업화할 수 있는 거점으로 조성된다. 강소연구개발특구의 주관 기관으로서 KIST는 사업화 이전 단계부터 기업을 본원으로 합류시켜 함께 연구하는 ‘링킹랩(Linking Lab)’을 운영하기로 했다.
윤 원장은 “지금까지는 KIST가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도 산업화 성공률이 낮았다”며 “기술 이전 이후 연구자와 연구 환경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과학자들이 기업과 일찍부터 함께 연구한다면 별도 기술 이전 절차 없이도 원활하게 기술 산업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대기업 한 곳, 중소기업 세 곳과 함께 링킹랩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술이 산업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시기를 과학계에선 ‘데스 밸리(Death valley)’라고 부른다. 윤 원장은 “강소연구개발특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데스 밸리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며 “원장의 권위를 벗어 던지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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