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락 중인 원ㆍ달러 환율이 1년 7개월만에 달러당 1,120원대까지 낮아지면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서학개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분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환차손 탓에 쉽사리 매도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원 내린 1,127.7원에 마감했다. 1,120원대 환율 종가는 작년 3월21일 이후 19개월만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최근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위안화 강세와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맞물리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환율 하락은 서학개미에게 악재다. 해외 주식은 해당 국가 통화로 환전해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뿐 아니라, '환차익(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에도 민감하다. 요즘처럼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주식으로 수익을 내도 환차손이 더 클 수 있다.
서학개미가 적극 투자에 나섰던 1, 2개월 전만해도 1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경우 1,200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120원만 건질 수 있어 달러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판’ 셈이 된다.
가령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 미국 나스닥 A사 주식 1주를 100달러에 매입했다고 하자. 이후 주식이 10% 올라 110달러가 됐는데 원화 강세로 환율이 1,120원이 됐다면 달러로는 10% 수익을 본 것이지만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2.7%로 급감한다.
특히 최근에는 서학개미가 집중 매수했던 미국 대형 기술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환차손까지 '이중고'가 불가피해졌다.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인 테슬라, 애플, 아마존의 지난 23일 주가는 이달 1일 대비 각각 6.14%, 1.50%, 0.52%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원ㆍ달러 환율 역시 3% 넘게 내려갔다.
다음 주 미국 대선 이후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 전망 등으로 당분간 달러 약세(=원화 강세) 요인이 강한 상황이어서 선뜻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물리는' 서학개미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강세와 월말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환율하락 하락에 좀더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편에서는 새로운 서학개미들이 달러 약세를 타고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 주식이 우상향 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미국 주식을 싸게 사들일 수 있는 할인 기회로 본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51억8,300만달러어치의 미국 주식을 산 상태다. 지난 3분기 외화주식 결제금액도 620억2,000만 달러(약70조2,600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43% 늘어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주식은 주식 변동성뿐 아니라 환율 변동성에도 노출되기 때문에 고위험 투자대상으로 분류된다”며 “지금 달러를 사두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주식매매는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