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42명 불과한 작은 마을 포발리키노에서
현직 시장 꺾고 시청 청소부 우드고스드카야 당선
''선거 정당화' 명분 위한 들러리' 후보 당선 깜짝 이변
단독 후보로 시장 선거에 출마한 현직 시장이 형식을 갖추려 들러리로 내세운 청소부가 되레 당선되는 드라마 같은 일이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시장에 깜짝 당선된 청소부는 취임 첫 사업으로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가로등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견 ‘인생 역전’ 미담 사례로 보이지만 '러시아식 민주주의'의 허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신데렐라’ 새 시장이 탄생한 곳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500㎞ 남짓 떨어진 포발리키노. 주민 수가 242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마을이다. 친(親)푸틴 통합러시아당 소속 니콜라이 로크테프 시장은 지난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 외에는 출마자가 없자 맞붙을 상대 후보자 물색에 나섰다. "로크테프 시장은 '민주주의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상대 후보를 찾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단독 후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 않지만 선거가 조작되고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항상 승리하는 러시아에서는 '민주적 선택'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야 해 경쟁후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크테프 시장은 지난 2011년 선거에서 낙선한 야당 공산당 소속 인사에게 출마 여부를 타진해 거절당했고, 자신의 보좌관에게도 출마 의사를 물었으나 그 역시 거절했다.
잇따른 고사 끝에 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지난 4년간 시청을 청소했던 마리나 우드고드스카야. 영국 BBC방송은 익명의 목격자를 인용해 로크테프 시장이 우드고드스카야에게 ‘반대 후보로 나서 달라’는 내용의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본의 아니게 출마하게 된 우드고스드카야는 물론 들러리 상대 후보를 세워 놓은 로크테프 둘 다 눈에 띄는 선거 운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놀라웠다. 우드고드스카야가 62%, 로크테프가 34%의 득표율을 기록해 우드고드스카야가 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우드코드스카야는 당선 직후 “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출마했을 뿐”이라며 “사람들이 실제로 나에게 투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우드고스드카야의 당선으로 '꼭두각시 후보'가 수면으로 드러났을 뿐 러시아에서 이 같은 들러리 후보의 출마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모스크바 카네기센터 연구원은 “러시아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와 지역 정치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친정부 성향의 후보들을 위해 안전하고 그럴싸하게 패배자 역할을 수행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며 “약한 상대와 경쟁함으로써 허울 뿐인 선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