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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 아빠로 돌아가는 동국이 오빠… 마지막 포효를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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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 아빠로 돌아가는 동국이 오빠… 마지막 포효를 기대해

입력
2020.10.26 15:51
수정
2020.10.26 17:4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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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은퇴 선언…내달 1일 대구와 최종전서 은퇴경기


움직일 때마다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1990년대 이동국. 한국일보 자료사진

움직일 때마다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1990년대 이동국. 한국일보 자료사진


K리그 무대에 남아있던 ‘마지막 1970년대생’ 이동국(41ㆍ전북)이 파란만장했던 축구인생에 쉼표를 찍는다. 철저한 몸 관리와 성실한 훈련으로 불혹을 넘기고도 국내 최정상 공격수로 자리매김 해왔던 그가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였다”는 소감을 남긴 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잠시 대박이(막내아들 애칭) 아빠로 돌아가게 될 그는, 현역 은퇴 후 축구인생 2막을 열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동국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 했던 올 시즌을 끝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며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북 구단도 이동국의 은퇴 사실을 전하며 “내달 1일 K리그1(1부리그) 최종전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갖게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전북 현대 제공

전북 현대 제공



1998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 통산 547경기에 출전, K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인 228골(77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그가 2009년 전북의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뒤로 선수 본인은 물론 팀의 전성기도 활짝 열렸다. 이동국은 전북에서만 360경기에 출전, 164골 48도움을 기록했는데, 전북은 그의 입단 첫 해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동국과 함께한 전북은 7차례의 K리그 우승과 한 차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정상 클럽으로 우뚝 섰다. 전북이 꾸준히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면서, 이동국 또한 이 대회에 통산 75경기 출전, 37득점을 기록해 아시아 최고 공격수로 자리매김 했다. 이동국은 “2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수 많은 분들의 격려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며 “특히 전북에서 보낸 시간과 기억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23년에 걸친 현역 생활은 파란만장했다. 프로 데뷔 첫해 18세의 나이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끌던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고, 패배가 확정적이던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0-5 패) 후반 교체투입 돼 호쾌한 중거리 슛을 날리며 ‘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준수한 외모와 ‘라이온 킹’을 떠올리게 하는 장발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엔 안정환(44) 고종수(42)와 ‘트로이카’를 이뤄 오빠부대를 끌고 다녔다.

1998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당시 교체로 들어간 이동국이 날린 회심의 중거리 슈팅.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당시 교체로 들어간 이동국이 날린 회심의 중거리 슈팅.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뜩이나 걸출한 신예 공격수 등장에 목말라 있던 한국 축구계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던 이동국은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뒤로 월드컵 무대와 멀어졌다. 절치부심 준비했던 2006년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유럽 무대에 도전했지만 꽃을 피우진 못했다.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입단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국내 복귀 후 성남 일화를 거친 뒤 2009년 전북에서 최강희 감독을 만나 성공시대를 다시 열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기도 했다. 비록 월드컵과 큰 인연이 없었던 선수라 해도 A매치에서 무려 105경기에 출전해 33골을 기록하며 굵직한 자취를 남겼다.

완주=김형준 기자

완주=김형준 기자


2020 시즌 개막 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는 축구인생의 추가시간”이라고 밝히며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단 뜻을 전했던 그는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골을 기대할 수 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라이언 킹’은 이제 내달 1일 대구와 시즌 최종전에서 마지막 포효를 준비한다. 전북은 이날 비기기만 해도 리그 4연패와 통산 8번째 우승에 성공한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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