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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선인가요

입력
2020.10.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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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에서 초등학생들이 단풍 나무길을 따라 22일 등교하고 있다. 뉴스1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에서 초등학생들이 단풍 나무길을 따라 22일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아이의 등교 횟수가 이번주부터 크게 늘었다. 1주일 내내 등교하고 그다음 1주일은 온라인 수업을 받는 식이다. 아이는 2학기 들어 3주 단위로 3일씩 등교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을 때는 이마저도 못했다. 아이는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등교를 고대해왔다.

이런 상황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의문이 들었다. 답답한 마스크를 체육시간에도 써야 하고, 교실에서도 친구끼리 마음껏 대화할 수 없다면 과연 등교가 최선일까.

이번 등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와 돌봄 공백이 심해졌다는 일부 학부모와 언론 등의 지적에 따른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는 있지만 대면수업만이 해결책이라고 교육 당국이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선뜻 지지하기 힘들다.

코로나 사태 초기만 해도 당국이 온라인 수업을 부리나케 도입하며 교육 정상화를 꾀하려 했다는 점에서, 응원하고 반겼다. 다양한 시행착오도 너그러이 넘겼다. 그러나 교육 당국에 대한 지지는 여기까지였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지 7개월째지만, 사실상 개선된 부분을 찾기 힘들다. 이것저것 짜깁기한 녹화 자료로 수업을 구성하다 보니, 학습능률은 제로에 가깝다. 어린 학생일수록 일방향적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쉽사리 싫증을 낸다. 등교했다는 댓글을 남겨 수업일수만 채울 뿐이다.

이후 온라인 수업을 실시간 방식으로 전환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당초 급조된 형태가 여태 고수되고 있다. 이제 기대는커녕, 출근에 도움이 되도록 돌봄 공백이나 메우라는 학부모의 비아냥도 나온다. 온라인 수업의 폐해까지 인정한 마당에 코로나 상황이 또다시 악화하면 과연 어떤 대안을 강구하려는지도 의문이다.

반면 학원은 2.5단계로 수업이 중단되자 곧바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줌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지도하고 소통했다. 학생들은 우려와 달리 금세 적응했고, 부모들은 학원비를 기꺼이 지불했다. 학원 교사들은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변화라고 한다. 학교와 다른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지금의 학교는 공무원 집단의 전형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을 넘어, 본인들 편의만 중시한다.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는 못된 관행도 엿보인다.

최근 독감백신 접종의 불편함만 봐도 이런 모습이 확인된다. 두려움에 처한 국민들이 접종에 의지해 병원이 붐빌 것이라는 전망은 누구나 했다. 하지만 만 70세 이상 무료 접종이 허용된 지난 19일 정부에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결국 어르신들은 새벽부터 2, 3시간씩 줄을 서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정부의 보건용 마스크(KF94ㆍ80) 수급 잘못으로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던 상황과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지금은 백신 사망사고까지 더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저질환자는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당부를 미리 안 한 게 불신을 키웠다.

공무원이 이런 실정을 모를 정도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나랏일을 하는 이들이다. 이런저런 의견을 내면 ‘튀기만 한다’‘일만 추가된다’‘찍혀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다’는 내부 분위기가 두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그들이 배운 행정학과 헌법에 나오는 것처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public servant)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한 공복의 모습이 그립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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