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집단면역이 옳았다?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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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집단면역이 옳았다?아니다!

입력
2020.10.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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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스웨덴 사상 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WHO "집단면역은 감염병 대응에 쓰인 적 없어" 
스웨덴 당국, 여전히 마스크 착용 권하지 않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북부의 대학 도시 웁살라의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버스에 오르고 있다. 웁살라 AP=연합뉴스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이 한창인 가운데 스웨덴의 집단면역 정책이 다시금 화두에 올랐습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하루 동안 스웨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92명. 같은 날 스페인에선 1만2,210명이 추가됐어요. 프랑스 7,852명, 영국 3,105명 등과 비교해도 차이가 큰데요.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 영국의 9월 1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비교

6월 말 정점을 찍었던 스웨덴의 코로나19 감염률은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스웨덴 방역 당국의 집단면역 정책이 뒤늦게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는 것 아니냐',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나왔는데요.

그러나 10월 현재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3일 스웨덴에선 사상 최다인 1,87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어요. 스웨덴 확진자 수는 9월 말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스웨덴의 집단면역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 스웨덴 방역 당국이 봉쇄를 고민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고요.


스웨덴 일일 확진자 수 변화 추이. 월드오미터 홈페이지

집단면역 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다 말짱 도루묵이 된 걸까요? 스웨덴 내 확진자가 줄어들 때마다 스멀스멀 나타나는 집단면역을 둘러싼 오해를 짚어보겠습니다.


스웨덴은 집단면역을 실시하지 않았다?

4월 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스톡홀름 AP=뉴시스

네, 공식적으론 그렇습니다. 스웨덴 정부에서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한다고 공식 발표한 적은 없다고 해요. 집단면역이란 특정 감염병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해당 질환에 대한 집단의 저항력이 향상되는 것을 가리키는 면역학 용어인데요.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단면역은 완치 뒤 항체를 얻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충분한 많은 이들이 항체를 형성할 수 있게 젊고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이러스가 통제 없이 퍼지도록 허용하되, 고령층이나 고위험군은 격리 보호하는 식이죠. 집단면역 방식이 고령층과 고위험군의 건강과 목숨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해요.

스웨덴이 집단면역 방식을 채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스웨덴 방역 당국이 모든 의심환자 진단과 역학조사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불거졌어요.

스웨덴 누적 확진자가 1,000여 명을 넘어서던 3월 중순, 스웨덴 정부가 방역보다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거든요. 당장 치료가 필요하거나 코로나19 증상으로 입원한 사람만 검사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당시 한국에서 초기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검사와 추적ㆍ격리, 치료 제공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응이었죠.


그런데 왜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시행했다고 하는 거야?

6월 3일 스웨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스웨덴 공중보건청 수석 역학자인 안데르스 텡넬이 스웨덴 코로나19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웨덴의 공식 발표에선 스웨덴 정부가 집단면역을 시도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요. 그러나 스웨덴이 주변국에 비해 지나칠 만큼 느슨한 방역 대책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집단면역을 염두에 두고 방역 대책을 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집단면역 논란이 거세지자, 4월 8일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은 "우리는 집단면역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는데요. 다만 그는 "봉쇄가 없는 대신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책임지는데 매우 의존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달 29일 레나 할렌그렌 스웨덴 보건사회부 장관 역시 "스웨덴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집단면역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했고요.

그렇다고 스웨덴 정부가 코로나19를 방치한 건 아니에요. 3월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유증상자에게 자택 격리를 권고하고, 16세 이상 교육 시설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어요. 4월에는 개인위생수칙 준수ㆍ다중이용시설 사용인원 제한 등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권고일 뿐이고, 주변 북유럽 국가에 비해 거리두기에 느슨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핀란드는 3월 16일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면서 학교 문을 닫고, 다음달인 4월 1일 카페ㆍ레스토랑 등 다중이용시설의 문을 닫았어요. 덴마크도 3월 11일 국경을 폐쇄하고 학교, 식당 운영을 잠정 중단했죠. 노르웨이는 3월 중순 이후 여행 제한을 발표했고, 이후 학교 운영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반면 스웨덴은 같은 시기 유럽연합(EU)ㆍ유럽경제지역(EEA) 외 국가 발 여행자 입국 금지(3월 19일), 50명 이상 모임 금지(3월 27일), 그리고 요양시설 방문 금지(3월 30일)만 법으로 강제했을 뿐이에요.


"건강한 사람을 집단 수용해 감염되게 하자"...'발칵'

스웨덴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역학자 안데르스 텡넬. 텡넬이 북유럽 보건 정책 담당자들과 주고 받은 이메일이 공개되자 스웨덴에서는 그가 집단면역의 위험성을 알고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익스프레센(expressen) 홈페이지 캡처

그러던 8월 12일. 스웨덴 지역 언론 익스프레센(expressen)이 이메일 하나를 공개하면서 발칵 뒤집힙니다.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감염병 학자 안데르스 텡넬의 이메일에는 그가 실제로는 집단면역을 목표로 했을 거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3월 텡넬은 북유럽 보건 정책 담당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건강한 사람들을 호텔과 같은 통제된 공간에 집단으로 수용해 자발적으로 감염되게 하자"고 제안해요. 핀란드 보건복지부 책임자인 미카 살미넨이 "학교를 봉쇄하면 노인 감염률을 1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하자 텡넬은 학교 개방 입장을 고수하며 "(노인 감염률 감소가) 10%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고 되묻기도 하죠.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이 폭증하던 때에도 스웨덴은 초등학교 및 미취학아동 보육 시설의 등교를 멈추지 않았어요.

텡넬의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그가 집단면역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러한 정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죠.


스웨덴 집단면역이 옳았다?

4월 15일 북유럽, 한국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 비교

그렇게 보기 어려워요. 3월 스웨덴이 방역이 아닌 치료에 집중하는 동안,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는 3월 4일 62명에서 4월 4일 6,833명으로 110배 이상 늘었습니다. 4월 15일엔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2,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646명에 달했어요. 당시 누적 사망자가 225명이던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사망자가 많죠.

5월 스웨덴 보건당국 발표 당시, 스웨덴에서 코로나19 사망자 대부분이 70세 이상이었고 전체 사망자의 48.9%가 요양시설 거주자였다는 점은 더욱 뼈아픈 일이에요.


"집단면역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연이은 비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제네바 로이터=연합뉴스


7월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집단면역을 목표로 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질병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현재 상황에서 용납할 수 없는 대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2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역시 "집단면역이 역사상 감염병 대응 전략으로 사용된 적 없으며, 선택 가능한 사항도 아니다"고 했고요. 그는 이어 "집단면역은 백신 접종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백신 접종 인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사람들을 특정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까 집단면역은 사람들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 달성되는 것이지, 위험에 노출해서 얻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런데 집단면역을 시도하자는 제안이 4일 미국에서도 나왔어요. 마틴 쿨도르프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포함해 3명의 교수가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을 발표했는데요. 선언의 주요 내용은 봉쇄를 풀고, 건강한 사람들이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력을 갖게 하는 한편 고위험군만 집중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이에요.

14일 전세계 공중보건학, 역학, 보건정책 등 전문가들이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코로나19에 대한 과학적 합의'라는 성명을 발표해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성명서에 따르면 집단면역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고, 젊은이들을 감염시키는 전략은 이동성이 큰 이들을 매개로 감염이 확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해요. 자연 감염을 통해 집단면역이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고요.

14일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된 'Scientific consensus on the COVID-19 pandemic:we need to act now' 중 일부. 인터넷 캡처

마스크의 코로나19 차단 효과가 입증되면서 유럽질병예방센터(ECDC)나 WHO가 마스크 쓰기를 권고하고, 유럽 각국이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9월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영국, 독일 등이 상점과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ㆍ의무화했어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시민들이 8월 31일(현지시간) 천 마스크가 진열된 점포 앞을 지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중 밀집 장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토록 권고하고 있지만 스웨덴은 이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 스톡홀름 AFP=연합뉴스

정은경 본부장도 '랜싯(The Lancet)'에 6월 1일 실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물리적 거리두기, 마스크, 눈 보호대(Physical distancing, face masks, and eye protection to prevent person-to-person transmission of SARS-CoV-2 and COVID-19: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라는 논문을 언급하며 마스크 착용 효과에 대해 언급했던 적이 있어요.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의료 환경에서 마스크 착용 시 감염 위험을 85% 까지 줄일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는 거죠.

스웨덴 보건 당국만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텡넬은 20일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크 착용이 (방역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증거가 매우 취약하다"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한 많은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요.





이은기 인턴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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