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커쇼’가 달라졌어요

다저스, 3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눈앞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AFP 연합뉴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2)가 ‘가을 야구’에 강한 투수로 거듭났다.

커쇼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월드시리즈(7전4승제) 5차전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5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쳐 팀의 4-2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4차전 끝내기 패배 충격을 딛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서나간 다저스는 이제 1승만 추가하면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패권을 탈환한다.

유독 가을만 되면 작아졌던 커쇼가 올해 180도 달라졌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커쇼는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월드시리즈에서는 더욱 초라해졌다. 지난해까지 커쇼의 월드시리즈 통산 성적은 1승2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올 가을은 달랐다. 탬파베이와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5차전에서도 선발 승을 추가했다. 또 커쇼는 이날 삼진 6개를 보태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207탈삼진을 기록, 저스틴 벌랜더(205개ㆍ휴스턴)를 제치고 최다 탈삼진 1위로 올라섰다. 커쇼의 올해 월드시리즈 성적은 2승 평균자책점 2.31이다.

반면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탬파베이는 4차전 역전승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벼랑 끝에 몰렸다. 좌완 커쇼의 등판으로 벤치를 지킨 탬파베이 좌타자 최지만(29)은 대타로 나갔지만 타석에 서보지도 못하고 곧바로 교체됐다.

1회초 2점, 2회초 1점을 타선으로부터 지원 받은 커쇼는 3회말 1사 1루에서 얀디 디아스에게 1타점 3루타, 란디 아로사레나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아 2실점했다. 아로사레나는 포스트시즌에서 27번째 안타를 때려내고 2014년 파블로 산도발이 세운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26개) 기록을 새로 썼다.

1점 차로 추격을 허용한 커쇼는 4회말에 큰 위기를 맞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넘겼다. 볼넷으로 나간 선두 타자 마누엘 마르고트가 2루를 훔쳤고, 포수 송구가 2루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는 사이 3루까지 내달렸다. 커쇼는 다음 타자 헌터 렌프로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ㆍ3루에 몰렸다. 하지만 이후 조이 웬들을 내야 뜬 공, 윌리 아다메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3루 주자 마르고트가 투수 보크를 유도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홈스틸을 시도했을 때 커쇼는 침착하게 오른발을 투수판에서 뗀 뒤 홈으로 송구해 아웃시켰다.

고비를 넘긴 다저스는 5회초 맥스 먼시가 우중월 솔로포를 터트려 2점 차로 달아났다. 안정을 찾은 커쇼는 5회말을 가뿐하게 막은 뒤 6회말 2사까지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최지만은 8회말 무사 1루에서 쓰쓰고 요시토모가 범타로 물러난 뒤 대타로 출격했지만 다저스 벤치가 우완 더스틴 메이 대신 좌완 빅토르 곤살레스를 올리면서 다시 우타자 마이크 브로소와 교체됐다.

양 팀의 6차전은 하루 휴식 후 28일 오전 9시8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