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1996년 야생 반달곰 자료 공개
"형제봉 일대가 반달곰 삶터임을 증명
생태 파괴하는 개발 계획 중단해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을 추진 중인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게 확인된 가운데 24년전에도 야생 반달곰의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는 자료가 나왔다. (▶기사보기: [단독] 애써 복원한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산악 열차' 놓을 판) 형제봉 일대가 그만큼 오래된 반달곰의 터전이라는 얘기다.
환경단체들은 오는 29일 형제봉 일대 개발 추진을 검토하는 기획재정부의 사회적타협 메커니즘 '한걸음 모델' 5차 회의를 앞두고 "국제적 보호종인 반달가슴곰의 삶터를 빼앗지 말라"며 "이번이 마지막 회의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26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은 우두서 반달곰친구들 이사장과 마이타 가즈히코 일본 반달가슴곰연구소 소장이 1996년부터 2년에 걸쳐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서 탐문과 현장조사를 통해 발견한 야생 반달곰 자료를 공개했다.
기록에 따르면 97년 9월30일 마이타 소장은 지리산 원강재에서 곰이 나무를 할퀸 흔적을 발견했다. 원강재는 정부와 지자체가 건설하려는 산악열차가 지나가는 곳이다. 이외에도 '지리산 쌍계사 아래 96년 곰의 흔적 많음, 스님이 96년 초겨울 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함', '쌍계사 아래 마이타 소장이 곰 발자국 발견, 4, 5년전 흔적으로 100㎏ 이상 한 마리와 50㎏ 한 마리로 추정', '(지리산 자락) 악양과 청학동 탐문. 악양에서 94년도까지 많은 (반달곰) 흔적이 있었다고 함' 등 야생 반달곰이 서식했다는 기록과 사진이 확인됐다.
2004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달곰 복원사업은 2000년 진주MBC 촬영팀의 무인 카메라에 야생 반달곰이 찍힌 게 계기가 됐다. 야생 반달곰은 2002년 환경부 무인카메라에서도 포착됐다. 이에 앞서 90년대 중반부터 우 이사장과 주민들은 정부의 요청을 받고 탐문과 현장조사를 통해 지리산에 야생 반달곰이 살고 있는 흔적을 조사했다. 이 때 반달곰 전문가인 마이타 소장의 자문과 확인을 받았다. 이후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곰 멸종을 막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반달곰을 들여와 야생 방사하는 복원사업을 시작, 그 결과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에 현재 69마리(위치추적기 부착 25마리, 미부착 44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윤주옥 반달곰친구들 이사는 "24년 전이나 지금이나 형제봉 일대는 반달가슴곰의 삶터임을 증명하는 자료"라며 "이런 곳이 개발된다면 국립공원과 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해 우리나라 모든 지역이 다 개발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은 "반달곰은 형제봉 일대에서 먹이를 취하고 새끼를 키우고 겨울잠을 잔다"며 "기재부는 이 사업을 한걸음 모델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리산 형제봉 일대 반달곰 서식 여부 처음부터 간과
기재부는 올해 6월 '한걸음 모델'의 산림 관광 과제로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학계, 전문가, 지역주민, 사업자, 관계부처가 참석한 산림관광상생조정기구를 구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방비 150억원과 민간자본 1,500억원을 들여 지리산 형제봉(1,116m) 주변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을 건설하고 호텔 등 휴양시설을 조성하는 대형 사업이다. 기재부는 이 프로젝트가 법적 규제를 비롯해 지역주민, 사업자 등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인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 중재에 나섰지만 논의 시작부터 사업 추진 지역의 반달곰 서식 여부가 간과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형제봉 일대에서 2017년 5마리, 2018년 4마리, 2019년 5마리, 2020년 8월 기준 4마리의 반달곰이 참나무류 열매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초 반달곰이 살지 않는 것을 전제로 추진해 온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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