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계열 분리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과거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타계 당시 삼성과 한솔, CJ, 신세계 등으로 쪼개졌던 전례에 비춰진 시각에서다. 하지만 현재의 지분 구조를 감안하면 계열 분리 보단 삼성그룹내 울타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삼성그룹의 일부 계열사도 분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분리 독립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리틀 이건희’이라 불릴 정도로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있다. 2012년 2조1,897억원이던 호텔신라 매출을 지난해 5조7,173억원으로 약 2.6배나 성장시켰다.
하지만 지분 상황과 업황 등을 고려하면 계산은 복잡해진다. 호텔신라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10.1%)과 삼성의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7.43%), 삼성전자(5.11%) 등이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에 개인 지분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이 삼성물산 등 보유 주식을 매각해 호텔신라 지분을 취득하거나, 지분 교환을 통해 호텔신라 경영권을 취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속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지분을 각각 5.6%와 3.9% 보유한 이 사장이 이 부회장과 지분을 맞교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등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도록 몰아주고, 호텔신라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를 이 사장에게 맡기는 식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녀인 이 이사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이 이사장은 제일기획 경영전략 담당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을 맡아오다 지난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이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계열사를 분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이사장 역시 삼성물산 5.6%와 삼성SDS 3.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별세로 인한 3남매의 계열 분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삼성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고 있는 업종이 호텔과 패션인 만큼 불안정한 사업을 떼내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떨어져 나오는 건 무리수란 분석이다. 실제 호텔신라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올 2분기 634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또 이미 지배구조 개편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이 대주주의 자격을 버리면서까지 독립해 나올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적지않다.
다만 당장은 변화가 없겠지만 일단 삼성가 3남매의 남매 경영이 강화되면서 중기적으로 계열 분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 교환으로 인한 계열분리 등이 삼성그룹 전체를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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