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거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5개월만이다.
삼성전자측은 이날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알리면서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고인의 임종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박두을 여사의 3남 5녀 중 일곱번째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애초 그룹 경영권은 큰형인 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물려받기로 돼 있었지만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이병철 창업주의 눈밖에 나면서 이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됐다. 이어 1987년 부친의 별세 이후 삼성그룹의 2대 회장으로 올랐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쓴잔을 마셨고, 미국 알래스카 석탄사업을 비롯해 의욕적으로 뛰어든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잇따라 고배를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총수에 오른 이후,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취임 당시 10조원으로 출발했던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매출액은 2018년엔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다.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은 시가총액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 급증했다. 그 사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품목으로 올라섰다.
다만 이 회장의 경제적 성공의 뒷면엔 그림자도 남아 있다. 경영권 불법승계와 비자금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 배임 혐의 등은 과오로 지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없었다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도 없었을 것'이란 데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이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기업인 이건희'에 대한 평가는 높게 받을 만하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 전 관장, 아들 이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 있다. 빈소는 고인이 입원해있던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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