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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구글 ‘기업 유전(流轉)'

입력
2020.10.2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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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뉴욕 맨해튼의 구글 사옥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뉴욕 맨해튼의 구글 사옥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구글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구글 앱을 선탑재하도록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 등에 수십억달러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22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웹브라우저 시장에 경쟁사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PC운영체제(OS) 윈도의 압도적 지배력을 이용했다”는 반독점법 소송과 판박이처럼 보인다.

□ 1980년대 미국 최대 통신업체 AT&T를 8개 기업으로 쪼개도록 만든 법무부는 그 기세로 1998년 MS에도 반독점법 칼을 겨눴다. 2000년 1심에서 MS를 윈도와 다른 소프트웨어 제조사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끌어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후 강화된 친기업 기조 속에 항소심이 1심 판결을 뒤집었고, 이후 법무부와 MS 간 타협으로 기업 분할을 모면했다. 그래도 사업 운영 체계를 개편해야 했고, 빌 게이츠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 미 법무부의 이번 구글 기소가 지엽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급성장하는 이미지ㆍ비디오 검색이나, 디지털 광고 시장지배력 남용 등도 제외됐다. 하지만 입증이 쉬운 것부터 기소한 것이며, 이번 기소는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에 대해 연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이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 ‘IT 공룡’ 중 MS만이 독점 논란의 과녁에서 벗어나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반독점법 소송 이후 신중하게 행동해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근 빌 게이츠는 22년 전 소송을 회상하며 “당시 난 순진했다,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중 하나가 워싱턴DC에 (정치인들을 만나러) 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가해자였던 MS의 검색 앱이 구글 소송에서는 최대 피해자로 처지가 바뀌었다. ‘인생 유전’이 아닌 ‘기업 유전’이라고 할까.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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