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의 6ㆍ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항미원조(抗美援朝ㆍ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를 고리로 중국과의 밀착 행보를 연일 과시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한 대외 정세에 대비하고 향후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중국의 6ㆍ25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기사를 5건 게재했다. 신문은 특히 1면 사설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의 조선전선 참전은 하나의 운명으로 결합된 조중(북중) 두 나라 인민의 전투적 우의와 동지적 협조를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조중 관계는 준엄한 시련의 시기마다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 특수하고 공고한 친선관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중친선을 세상이 부러워하는 관계로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분관계도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6ㆍ25 전쟁 중국 인민군 참전 70주년을 고리 삼아 중국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22일 중국 인민군 열사능을 직접 참배했고 23일엔 중국 선양 인민군 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냈다. 북한과 중국이 우호관계를 과시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북한이 중국의 6ㆍ25참전 자체를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건 이례적이다.
북한이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는 건 어려운 경제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전통적 우군인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북미ㆍ남북관계가 모두 막혀 있다"며 "북한이 바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중국과의 관계부터 회복하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중 갈등 국면을 활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미중간 우방국을 향한 줄세우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 들이는 것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때에도 몸값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조 위원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우군이 필요한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존재가 절실하다"며 "당분간 북중간 밀착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