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50번째 비준, 조건 충족
제조 등 핵무기 활동 완전히 불허?
5대 핵보유국 , '핵우산'? 한일 불참
'핵 없는 세상'까지 시간 필요할 듯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핵무기 활동을 완전히 금지하는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이 마침내 내년 출범하게 됐다. 발효 마지노선인 50개국 비준을 달성한 것인데 ‘핵 없는 세상’이란 장밋빛 미래를 점치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 미국 등 주요 핵보유국이 전부 불참한데다 조약의 구속력도 없는 탓이다.
유엔은 24일(현지시간) “온두라스의 50번째 서명으로 TPNW가 내년 1월 22일 공식 발효된다”고 발표했다. 이 조약은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하는 국제사회의 약속으로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제조 비축 위협 등 모든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TPNW는 ‘50개국 이상이 비준하면 90일 후 발효한다’는 단서를 달고 지난 2017년 7월 유엔총회에서 122개국 찬성으로 의결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를 위한 의미 있는 약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핵무기 반대 단체들도 일제히 환영했다.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히로시마ㆍ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와 유엔 창립 이후 이날이 오기까지 75년이나 걸렸다”며 “핵 군축의 주춧돌을 놨다”고 평가했다. 피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사위원회(ICRC) 위원장도 “오늘은 인류 승리의 날”이라면서 “TPNW는 더 안전한 미래를 향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촌 비핵화’를 향한 출발은 알렸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부터 전부 새 조약에 반발하고 있다. 5대 핵무장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는 핵보유국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핵무기 완전 폐기를 요구하는 TPNW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최근 서명국들에 비준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까지 돌렸다. 서한은 “5개 상임이사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은 조약이 잠재적으로 미칠 영향에 반대한다”며 “TPNW가 검증과 군축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외 잠재적 핵보유국인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역시 일찍부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가 있는 한국과 일본도 TPNW에 서명하지 않았다. “비준국을 늘리지 않는 이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이다. 다만 원폭 피폭국인 일본 내에선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교도통신은 “현 시점에서 참여가 어렵더라도 체결국 회의에 옵서버로 출석하는 선택지가 있다”며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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