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의 미래' 평가, 미네르바스쿨 시스템
아침편지문화재단, 바칼로레아로 국내 도입?
고도원 "학생 주도 온라인 토론 수업이 교육의 미래"
‘캠퍼스 없는 혁신대학’ ‘대학 교육의 스타트업’ ‘하버드보다 입학이 어려운 대학’...
미국 미네르바스쿨에 붙은 수식어다. 2014년 첫선을 보인 미네르바스쿨은 캠퍼스 없는 쌍방향 원격수업 방식으로 모든 강의를 소화하면서 ‘온라인 교육의 미래’로 크게 각광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전 세계 교육 시스템이 엉켜버린 올해 미네르바스쿨이 더 큰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세계 혁신 대학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네르바스쿨이 또 한 번의 실험을 시작한다. 이번 무대는 한국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아침편지문화재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미네르바와 손을 잡고 미네르바스쿨의 고교과정에 해당하는 ‘미네르바 바칼로레아’를 도입한다. 아침편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국제형 대안학교인 꿈너머꿈(BDS)에 미네르바스쿨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시스템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미국식 9~12학년의 4년제 고교과정(한국 학제로 중3~고3)을 국내에 도입, 신입생 100명을 연말까지 모집하고 내년 8월 개교를 목표로 한다.
2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오로지 성적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켜놓기만 하고 학생을 방치하는 지금의 교육방식은 결국 한국 교육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며 “학교 구성원이 서로 못 만날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교육은 손실 없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했고, 미네르바스쿨을 만나면서 풀렸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이 미네르바스쿨 창립자 벤 넬슨과 처음 화상으로 마주한 것은 불과 두 달 전이다. 아침편지문화재단이 충북 충주시에 세운 명상치유센터를 기반으로 한 국제형 대안학교인 BDS 개교를 앞두고 있던 참이었다. 백성기 전 포항공대 총장이 미얀마에 미네르바스쿨 설립을 추진하다 현지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중단한 뒤 BDS를 방문해 넬슨 창립자를 소개했다. 고 이사장은 “서열 중심 교육이 아닌,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는 교육을 추구하는 BDS의 방향과 미네르바스쿨이 지향하는 바가 일치했다”고 회상했다.
대학 강의 중심의 미네르바스쿨이 고교 과정에 관심을 가진 까닭은 창의적이고 협업에 능한 글로벌 리더 인재상이라는 지향점을 고교 때부터 기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넬슨 창립자는 지난해 미국 고등학교에서 1년간 고교 과정 시범 운영을 거쳤고, 고 이사장과 화상대화 끝에 처음으로 한국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고 이사장은 “미네르바 바칼로레아는 도시에서 벗어난 자연 속의 기숙사형 캠퍼스라는 BDS의 장점에 미네르바스쿨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얹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미네르바 바칼로레아는 3년 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4학년 때는 대학 수준 과정을 이수하는 주춧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학습은 미네르바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포럼’에서 하루 2, 3시간 원격 수업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대신 제시된 과제를 학생 스스로 공부해 발표하고 학생끼리 토론하는 방식이다. 고 이사장은 “한 수업당 학생 수를 15명 이내로 제한하고, 교사는 수업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며 “수업 시간이 적어도 학생들은 자신의 과제 발표를 위해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와 함께 미네르바스쿨의 또 하나의 축인 지역기반 교육도 도입한다. 미네르바스쿨 학생들이 학년별로 미국뿐 아니라 서울, 하이데라바드(인도),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 타이베이 등에서 지역기반 과제를 수행하고 산학협력을 하는 것처럼 충주의 BDS 캠퍼스를 베이스캠프로 두고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강릉, 제주 등 각 도시에서도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지역기반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내 학제에선 인정하지 않는 미인가 대안학교인 만큼 졸업생이 국내 대학 진학을 원할 경우에는 검정고시를 쳐야 한다. 고 이사장은 “미네르바 바칼로레아는 국제학교 학력 인증기관인 WASC의 인증을 받았기에 해외 대학을 지원할 때는 제약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투자유치다. 미네르바 바칼로레아는 미네르바스쿨 시스템 사용에 대한 로열티에 교원ㆍ기숙사 운영, 학생관리 비용까지 떠안는 반면 정부의 지원이 없는 만큼 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다. 고 이사장은 “모금 전문가와 함께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며 “미네르바 자체가 벤처기업으로 3차에 걸쳐 펀딩을 이뤄낸 사례가 있는 만큼, 교육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선한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투자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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