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흔한 위염’ 위암이 되기까지 15~20년…초기엔 80%가 무증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흔한 위염’ 위암이 되기까지 15~20년…초기엔 80%가 무증상

입력
2020.10.27 04:20
18면
0 0

암 발병 1위 위암…5단계로 악화
3·4기 진행돼야 구토·혈변 증상
1~2년에 한 번 건강검진해야
맵고 짠 음식·가공식품에 취약
스트레스·흡연 떈 발병 2.3배

흔히 겪는 소화불량이나 속 쓰림 증세를 방치하면 15~20년 뒤에 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겪는 소화불량이나 속 쓰림 증세를 방치하면 15~20년 뒤에 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해요” “속이 쓰려서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소화불량이나 속 쓰림을 호소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개 위장약이나 소화제를 먹어 해결하거나 방치하지만 자칫 단순 위염 등 가벼운 위장병을 위궤양이나 위암으로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

단순 위염에서 위암으로 진행되는 단계는 5단계다. ‘단순 위염(표재성 위염)-만성 위염(표층성,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이형성증-위암’으로 악화한다. 위염에서 위암이 되기까지 15~20년 정도 걸린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악화할 위험이 각각 6배, 20배가량 높아진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30ㆍ40대 이후에는 1~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위암 예방과 조기 발견의 지름길이다.

위암으로 가는 '중간 단계'인 위축성 위염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의 감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위암으로 가는 '중간 단계'인 위축성 위염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의 감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헬리코박터균, ‘만성 위염’ 유발 주범

단순 위염이 장기화된 만성 위염은 표층성 위염, 위축성 위염으로 구분된다. 표층성 위염은 만성 위염의 초기 단계로 점막만 바뀌어 위 점막이 붉게 부어오른 상태다.

위축성 위염은 여기에서 더 진행해 위 점막이 위축돼 얇아지고 혈관이 투명해진 상태다. 위축성 위염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맵고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이나 약물ㆍ알코올ㆍ커피ㆍ담배·스트레스도 흔한 요인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 스스로 위축성 위염 여부를 잘 자각하지 못한다. 드물게 상복부 불쾌감, 복통, 속 쓰림, 소화불량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장상피화생은 위 염증이 악화돼 점막 분비선이 없어지고 작은 돌기 같은 것이 무수히 생기며, 붉은 점막이 회백색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30대에 10% 내외로 시작해 40대에 30%를 넘은 뒤 70대가 되면 2명 중 1명 정도에서 발견된다.

박정호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축성 위염일 때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하면 위암 발생을 줄이지만 장상피화생이라면 제균 치료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형성증은 장상피화생이 오래되면서 위 세포 모양과 크기가 변형돼 암세포와 닮아 가는 과정(이형성)이다.

◇매년 3만명씩 신규 위암 환자 발생

2019년 12월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위암은 2017년에만 2만9,685건이 새로 발생해 전체 암 발생 23만2,255건의 12.6%를 차지해 암 발병 1위를 기록했다.

위암 초기에는 환자의 80% 이상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3, 4기까지 진행된 뒤에야 구토하거나, 배가 쉽게 부르며,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진다. 체중 감소나 복통, 헛구역질, 구토, 식욕 저하, 더부룩한 증상, 공복 시 속 쓰림, 삼키기 어려움, 각혈, 혈변, 검은 대변을 보게 된다.

하지만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 위암 전 단계(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에서 잘 관리해 위암을 억제하면서 위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김진조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조기 발견해 암 크기가 작고 점막층에 국한되고 암세포 분화도가 좋으면 위를 잘라 내지 않고 내시경하 점막박리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이 크게 발전했다. 복강경 위절제술은 환자의 배를 20㎝가량 절제하는 개복 수술과 달리 복부에 0.5~1.0㎝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 복강경과 복강경용 기구를 넣어 위와 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이다.

전정원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위암의 조기 발견이 늘면서 위암의 5년 생존율이 76.5%(2017년 기준)로 크게 높아졌다"며 "특히 조기 위암의 경우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96.7%로 보고됐다"고 했다.

◇젓갈류ㆍ김치 등 염장 음식, 위 점막 자극

위 건강을 지키려면 맵고 짠 음식과 불에 탄 음식, 질산염이 많이 든 음식(소시지·훈제육 등 가공된 육류)을 피해야 한다. 젓갈류ㆍ김치 같은 염장 음식, 국ㆍ찌개 등은 위 점막을 자극해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 탄 음식에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튀기기보다 끓인 음식, 굽기보다 삶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밤에는 위산 분비가 줄어 소화가 잘 되지 못하므로 야식하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가 위에 좋다. 채소ㆍ과일에는 몸의 산화를 막아 염증 발생을 예방하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파ㆍ마늘ㆍ양파 등 백합과 채소와 신선한 과일이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위암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벽에 치명적이다. 담배를 피우면 위암 발생 위험이 2~3배 높아진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