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정상 세균까지 없애고 내성 세균도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세균 감염 질환이 아니라면 항생제 사용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생후 24개월 미만 영ㆍ유아에게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오랜 기간 투여할수록 소아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생제로 인해 장내 미생물균총이 손상을 입어 비만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소아 비만은 고혈압ㆍ당뇨병, 이상지질혈증에다 대사증후군까지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소아 비만인 3명 가운데 1명 정도는 성인이 된 뒤에 비만 체형을 유지한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08~2012년 영ㆍ유아 건강검진을 받은 3만1,733명을 관찰한 연구 결과에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대사: 임상과 실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후 24개월 이내 항생제 투여가 소아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투여한 항생제 종류 수, 사용 기간, 최초 투여 나이가 소아 비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여한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소아 비만이 될 위험이 높았다. 항생제를 다섯 가지 계열 이상 사용하면 한 가지만 투여했을 때보다 비만해질 가능성이 42% 높았다.
또 항생제를 투여한 기간이 길수록 소아 비만이 될 위험이 높았다. 180일 이상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30일 이내 사용할 때보다 비만 위험이 40% 높았다.
최초 항생제 투여 시기도 중요했다. 생후 6개월 이내 처음 항생제를 맞은 경우, 생후 18~24개월보다 비만 위험이 33% 높았다.
항생제 종류 수, 사용 기간, 최초 투여 시기는 모두 소아 비만과 ‘용량 의존적(dose-dependent)’인 관계를 보였다. 즉 종류가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투여 시기가 이를수록 비만 위험이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영ㆍ유아를 대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조사다. 해외에서 항생제와 소아 비만 연관성을 연구한 사례가 몇몇 있었지만 아시아계 소아를 표본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박 교수는 “24개월 미만의 영ㆍ유아에게 항생제를 투여할 때에는 득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하고 무분별한 처방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영ㆍ유아 항생제처방률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감기 등 바이러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24개월 미만 영ㆍ유아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99%나 된다. 서울대 의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후 24개월 미만 영ㆍ유아 1인당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2~7배 높은 수치다.
특히 급성중이염 영ㆍ유아 환자에게는 항생제가 82%나 처방된다. 급성중이염을 방치하면 청력 저하, 청신경 손상, 안면 신경 마비, 뇌수막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항생제를 적절히 써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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