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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10년 앓으면 15~25%에게서 '당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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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10년 앓으면 15~25%에게서 '당뇨발'

입력
2020.10.27 04: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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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듣는다] 이경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경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발이 욱신거리고 열이 나면서 진물이 흐른다면 1~2일 이내에 발을 절단할 수도 있기에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경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발이 욱신거리고 열이 나면서 진물이 흐른다면 1~2일 이내에 발을 절단할 수도 있기에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당뇨발(당뇨족)의 의학적 명칭은 ‘당뇨병성 족부변성’이다. 당뇨병에 의해 발이 괴사되는 질환이다. 발의 피부가 헐면서 궤양이 생긴다. 당뇨병 환자의 15~25%가 한 번 이상 당뇨발을 겪는다.

당뇨병이 있으면 혈액순환장애와 혈관 속 높은 당 수치가 신경세포를 죽여 감각이 무딜 뿐 아니라 작은 상처도 빨리 낫지 않기 때문이다. 심하면 발가락뿐만 아니라 발목, 무릎까지 절단해야 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1,000만명(공복혈당장애 포함)에 이르면서 지난해 당뇨발로 진료받은 사람은 1만5,287명으로 2015년 1만3,944명보다 10%가량 증가했다.

이경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당뇨발은 당뇨병을 앓은 뒤 10년 정도 지나면 환자의 15~25%에게서 나타난다”며 “자칫 발을 절단할 수도 있기에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당뇨발 환자의 40%가량은 1년 안에 발을 절단하고, 특히 발목 위까지 절단하는 경우가 10%나 되는데 이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당뇨발을 제대로 알고 있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다.

“당뇨발은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환자의 발에 생긴 상처ㆍ궤양ㆍ괴사 등을 말한다. 넓게는 발의 관절 손상 및 파괴로 변형을 일으키는 신경병성 관절병증도 포함된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신경이상과 혈액순환장애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발까지 혈액이 원활하게 가지 않고 발의 감각이 저하되면 족부궤양에 취약하게 된다. 상처도 잘 아물지 않는다. 발가락 부위에서 시작된 작은 상처로 인해 피부가 헐기 시작하면서 궤양이 발생한다. 허혈(虛血ㆍ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조직이나 장기가 대사에 필요한 산소와 포도당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이나 감염에 의한 조직 괴사가 심해지면 발등ㆍ발목ㆍ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당뇨발은 당뇨병을 앓은 지 10년 정도 지나면 15~25%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병의 발생 연령이 낮아지면 당뇨발의 발생 연령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의 경우 30대에서도 당뇨발이 생겨 병원을 찾아온 경우도 있다.”

-당뇨발이 생기면 발을 잘라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뇨발이라고 해서 무조건 발을 절단하는 것은 아니다. 당뇨발은 중증도가 매우 다양한 질환인데다 원인이 되는 병태 생리도 복잡해서 수술법도 아주 많다. 상처로 인한 연부(軟部) 조직 결손을 복구하기 위한 피부 이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피판술(皮瓣術ㆍ피부 조직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 혈류 흐름을 좋게 해서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혈관성형술 및 혈관우회술, 감염 병소를 제거하는 변연절제술 등이 있다. 발 특정 부위의 과도한 압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변형 교정술도 시행한다. 발을 잘라내는 절단술은 최후의 방법으로, 당뇨발 때문에 문제가 생긴 부위의 조직을 복구하기 어려울 때만 시행한다. 절단하는 위치도 당뇨발이 생긴 범위에 따라 아주 적게 절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이처럼 발을 무조건 잘라내야 하는 것 아니지만, 발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발을 절단해야 하는 위험은 분명히 있다. 발에 생긴 상처는 너무 늦지 않게 치료를 한다면 대부분 잘 치료된다. 다만 당뇨발의 원인이 되는 신경병증과 혈관병증과 같은 당뇨 합병증은 없어지지 않으므로 잘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즉, 당뇨병 자체가 호전되더라도 당뇨발 원인이 되는 병태 생리는 사라지지 않으므로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해 신경병증과 혈관병증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당뇨발을 제대로 구분하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다.

“발에 상처가 나거나 변형되기 전에는 환자가 스스로 진단하기는 어렵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오래됐거나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정기적으로 다리 혈관과 감각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당뇨병성 족부궤양의 경우 보통 눈으로 상처를 관찰할 수 있다. 발바닥 앞쪽에 압력을 많이 받는 중족골두(中足骨頭ㆍ발가락뼈 안쪽에 있는 다섯 개 뼈의 끝) 아래와 뒤꿈치뼈 아래에 상처가 잘 나타난다. 발가락이 마찰되거나 압력을 받아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발에 괴사가 생기면 피부가 까맣게 변한다. 상처 부위가 세균에 감염되면 빨갛게 붓고 열이 나며 분비물이 많아지면서 악취가 생기기도 한다. 신경병성 관절병증의 경우 초기에는 발이 붓고 열감이 나타나며 발까지 변형된다. 대개 발의 아치가 무너지는 형태의 변형이 가장 흔하다.

당뇨병성 족부궤양은 잘 낫지 않을 때가 많고, 환자도 대부분 기저 질환을 앓고 있어 5년 생존율인 40~60%인 암 못지않게 위중한 질환이다. 환자는 자신의 썩어 가는 발을 지켜봐야 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 측면에서는 암보다 더 심각한 질환일 수 있다. 의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감당하기 벅찰 때가 많아 환자의 다양한 병태 생리를 관리하기 위한 다학제적 진료(협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수가(酬價)를 받지 못해 환자가 한 번 진료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령화와 식습관 서구화로 당뇨병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당뇨발의 위험성을 인식해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길 기대한다.”


<당뇨발 환자의 발 관리법>

1. 맨발보다 땀이 잘 흡수되는 양말을 신는다.

2. 신발을 신을 때 안에 자갈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신으며, 꽉 조이는 신발은 피한다.

3. 매일 미지근한 물로 씻고 보습하며 발에 상처가 있는지 관찰한다.

4. 화상에 주의한다.

5. 발톱을 짧게 깎다가 상처가 나는 상처를 조심한다.

6. 금연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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