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세계 경제에 '더블딥(경기 일시회복 후 재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급격한 동반 침체를 딛고 3분기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일제히 반등했지만 4분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가 잇따르면서 다시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내수 충격에도 수출로 3분기 성장률 반등을 이룬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되는 소식이다.
3분기 반등, 'V자형 회복'은 아니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3분기 주요국 경제 성장률은 일제히 반등세를 보였다. 각국 잠정 집계를 보면, 미국이 전분기 대비 7.4%, 유로존은 12.7% 성장하며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다. 둘 다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3분기 들어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해제되고 대규모 재정·금융 지원이 이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이는 2분기 각각 -9%, -11.8%의 급격한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이기도 하다. 미국보다 유로존 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도 유로존의 2분기 침체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유로존 가운데서도 프랑스(18.2%) 스페인(16.7%) 이탈리아(16.1%) 등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국가들은 성장률이 더 높게 나왔다. 반면 충격이 덜했던 독일은 8.2%로 나타났다.
이는 완전한 'V자형 회복'이라 말하기 어렵다. 미국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작년 4분기 말보다 3.5% 감소된 수준이다. 유로존 역시 4.3% 위축된 상태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난 중국조차 올 3분기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전년 말 대비 고작 0.7% 성장한 수준이다.
"봉쇄 강도 낮아도 경제 충격 더 클 가능성"
앞으로의 경기 전망은 암울하다. 한국의 민간소비가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축된 것처럼, 미국과 유럽도 만만찮은 경제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30일 1일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국가들은 속속 봉쇄조치를 재개하고 있다. 다만 이동을 전면 통제했던 상반기와 달리 접객업 위주의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이전보다는 강도는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재확산이 경제에 미칠 충격은 확실하다. 도이체방크는 독일이 4분기에 다시 0.5% 침체할 것으로 내다봤고,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도 새 봉쇄 조치가 프랑스 경제를 최대 15%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잠정 전망하고 있다. ING은행은 유럽과 미국 모두 더블딥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봉쇄 조치가 2분기보다 덜하더라도 경기 충격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분기에는 봉쇄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낙관론이 어느 정도 존재했지만 지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 충격이 일시적일 것이라 믿고 통화와 재정정책을 쏟아냈던 각국 정부도 이제는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IMF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올리비에 블량사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봉쇄 조치가 과거보다 약하더라도 더 높은 불확실성이 가계와 기업의 지출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총수요가 낮아지고 성장률도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