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식서 재차 강조... "현 상황 우려스러워"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일침과 함께 사표를 던진 박순철(56ㆍ사법연수원 24기)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퇴임 순간에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다시금 강조했다.
박 전 지검장은 23일 오후 서울남부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정치적 중립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에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며 "검찰 구성원 여러분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이를 수호하는 데 매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및 정ㆍ관계 로비 은폐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당부했다. 박 전 지검장은 "현재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현안 사건에서도 실체를 철저하게 규명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며 실천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며 "정치와 언론이 특정 사건에서 각자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프레임을 통해 수사 과정을 바라보는 현재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지검장은 "검찰이 안팎으로 직면한 많은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홀로 떠나 송구하다"면서 "어떠한 외풍에 시달려도 모두 자기의 자리에서 각자의 길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지검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라임 사건 등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데 이어, 21일 다시 한번 윤 총장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추궁하자 바로 다음날 오전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 그는 검찰 내부망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추 장관을 비판했다. 박 전 지검장의 게시글에는 '사의를 재고해 달라'는 취지의 후배 검사들 댓글이 줄을 이었고, 하루 만에 150개를 뛰어 넘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박 전 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한 뒤, 이정수(51ㆍ26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했다. 라임 관련 의혹 수사는 이 신임 지검장이 윤 총장 등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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