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바이든, 대선 코앞에 두고 연방대법원 딜레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바이든, 대선 코앞에 두고 연방대법원 딜레마

입력
2020.10.23 19:30
0 0

바이든 "초당적 위원회 구성해 대법원 개혁 여부 검토"
이전에는 1983년부터 대법관 증원 반대 입장 고수
"모호한 답변으로 전략적 이득 유지" 평가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내슈빌=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내슈빌=로이터 연합뉴스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해 연방대법원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지 검토하겠다."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안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방대법원 개혁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배럿 후보자가 합류할 경우 대법원이 보수 절대 우위로 기울어진다는 우려 속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법관 수를 늘리는 데 반대해 온 그로서는 대법원 재구성 카드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따라서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법관 증원'이라는 즉답 대신 위원회 구성을 내세워 전략적 이득을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 CBS방송은 시사프로그램 '60분'의 예고편으로 바이든 후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바이든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현재 9인 체제인 연방대법관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는냐'는 질문에 "당선된다면 학자, 헌법학자, 민주당원, 공화당원, 진보주의자, 보수주의자 등으로 구성된 초당파적인 위원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위원회는 180일 동안 미국 사법 시스템을 개혁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권고 사항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관 수를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이날 상원 법사위는 배럿 후보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고,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인준안 표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대법관 수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1983년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대법원 확대를 비난했는데,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7년 대법원에서 뉴딜 법안 상당 부분이 기각된 후 대법관을 늘리는 '대법원 정비안'으로 위협한 사례를 들었다. 이러한 기조는 수십년이 지나서도 이어졌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그는 지난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도 "대법원 확대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그럴 경우 우리가 통제력을 잃게 되고 법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민주당과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대법원 확대 요구가 빗발쳤다. 배럿 후보자가 합류할 경우 대법원이 6대 3의 절대적인 보수 우위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낙태법 및 동성결혼,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 등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책들이 벽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관 수를 결정하는 헌법적 권한을 지닌 의회는 1869년 이후 대법관 9명 체제를 고수해 왔다. 이와 관련해 조나단 쇼브 켄터키대 법대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1869년 이전까지는 대법관이 5~10명으로 규모가 계속 변동했었다"며 대법관 증원에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반대 진영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법원을 '정치판'으로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명한 건 바이든 후보가 대법관 수를 늘리겠다고 직접적으로 발언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애매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이든 후보에게 전략적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주의자나 온건파를 소외시키는 것을 피하고, 대법원의 보수주의 다수에게 과민반응을 경계하게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강은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