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아직 중단할 상황 아냐" 밝혔지만
경북 포항, 서울 영등포구, 전남도... 자체 결정
최근 전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속출하자 질병관리청과 논의 없이 자체적으로 접종 유보를 결정하거나 검토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사망 사례가 이어지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현장에서 접종을 보류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남도는 지역에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잇따르자 지자체 차원에서 접종 중단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전남 여수에서 70대 여성이 독감 예방 백신 접종 후 하루 만에 숨졌다. 영암에서도 독감백신을 맞았던 50대 여성이 5일 만에 사망했다. 전남지역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이날까지 목포와 순천에 이어 4명으로 늘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백신 접종은 국가사업으로 지자체가 이를 중단시킬 수는 없지만 사망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지역민들에게 잠시 접종을 보류할 것을 권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는 질병관리청과 논의 없이 자체적으로 2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일주일간 백신 접종을 보류하기로 했다. 지역 민간 의료기관에는 백신 사용을 유보해 줄 것을 권고했다.
포항시는 잇따른 사망 사례로 불안한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건강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국민건강을 증진할 책임을 진다’는 국민건강증진법 제3조1항 등을 근거로 접종을 미루기로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보류하라는 지시가 없었지만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대한의사협회의 (유보) 권고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며 "백신 접종의 안전성이 확보되면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질병관리청이 23일 "지자체가 보건당국과 협의 없이 단독으로 접종 중단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자, 정부 피해조사반의 분석 결과에 따라 철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는 지난 22일 지역 의료시설 200여곳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주의 및 보류 권고사항 안내' 문자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지역에서 숨진 환자가 접종했던 백신의 상품명과 제조번호도 함께 표시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구민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관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주치의의 신중한 판단 하에 접종자의 건강 상황 등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 보류를 검토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충북도의사회는 23일 독감접종 후 사망사고의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일주일간 무료 접종을 유보해달라고 시민들에게 권고했다.
충북도의사회 관계자는“과거 10년간 독감 백신과 관련한 사망 사례가 2, 3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례적일 수 있는 만큼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는 이날 건강 상태가 좋은 날 독감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등 주의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정부 대책을 믿지 못하고 접종을 포기하려는 고령층도 늘고 있다. 춘천 신북읍에 사는 박모(66)씨는 최근 남편과 함께 맞으려던 독감백신 접종 계획을 뒤로 미뤘다. 앞서 22일 춘천은 물론 인근 홍천에서도 백신 접종 이틀 뒤 숨지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독감이나 코로나보다 백신이 더 무섭다'는 얘기가 나와 선뜻 주사를 맞기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랐다. 춘천지역의 한 회원은 지역에서 발생한 70대 사망소식을 공유하며 "백신을 맞아도, 안 맞아도 걱정"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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