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라고 하고 싶지만, 대놓고 나가라고 할 수가 없다.”
국정감사에서 '본색'을 드러낸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이같이 요약된다.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3일 윤 총장의 국감 답변 내용과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그의 거취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왜일까.
①찍어내면 제2의 채동욱 =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민주적 통제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검찰을 성역화된 권력기관으로 바라보는 윤 총장의 인식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사퇴 압박까지 내달리진 않았다.
윤 총장은 '적폐 청산'의 아이콘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비리 수사로 스타가 됐고, 그를 오랫동안 눈 여겨 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을 거치며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 편'도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 윤 총장을 흔들면 '자기 편이 아니니까 내친다'는 역풍이 일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를 조준하는 수사를 진행하다 ‘혼외자설’을 뒤집어 쓰고 중도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례의 ‘데자뷔’ 로 비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174석을 가진 민주당이 윤 총장의 거취를 언급하는 순간 곧바로 내보내겠다는 뜻으로 읽힐 것"라며 "여론이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② “영웅 만들어 줄 필요 없어” = 윤 총장은 국감에서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이 윤 총장을 몰아세울 수록 존재감만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살아 있는 권력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는 희생양'은 '차기 권력'으로 인식되는 것이 권력의 공식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은 ‘야권 대선주자’로 떴다. 지난 16일 갤럽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은 3%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지지율이 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무의미한 숫자는 아니다. 윤 총장은 지난해부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넣지 말라'고 거듭 요구해 왔다.
윤 총장과 청와대의 대립이 검찰 개혁의 동력이 되는 상황을 역이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며 "윤 총장이 나가면 할 수 없지만 버텨 줘도 나쁠 것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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