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폭탄 발언'에 청와대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겉으로는 침묵 중이지만, 속으론 '부글부글'이다. 문 대통령의 '내밀한 메시지'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 년이나 흐른 시점에 공개한 저의를 의심하는 탓이다. 윤 총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문 대통령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임기 지키라" 발언 실제 전달된 듯 .. 靑은 '함구'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그러나 대통령 의중 혹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검찰총장 임기는 단축될 수도 있다.
23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4ㆍ15 총선이 끝난 뒤 '최측근 인사'를 통해 윤 총장에게 '임기를 지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는 검찰이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던 때였다. 여권에서 윤 총장 사퇴 압박이 분출한 와중에 문 대통령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당시 민정비서관실 같은 청와대 '공식 채널'을 통하진 않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그 만큼 꾹꾹 눌러 담아 보낸 은밀한 메시지였다는 뜻이다.
속으론 부글부글... “그걸 공개하나”
윤 총장 발언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적절한 메신저'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총장의 말은 윤 총장의 말로 남겨두자"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3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윤 총장의 국감 발언에 청와대가 상당히 당황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당황함'보다는 '불편함'에 가깝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전달한 메시지를 국감장에서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 자체를 '무례' 혹은 '항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공직자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위었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윤 총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끌어다 썼다는 의심도 깔려 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질문을 받고 부인하지 않았다.
文 본심은? 임기 보장, 여전히 유효?
친문재인계 핵심 인사는 윤 총장에 전달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이렇게 해석했다. "윤 총장은 검찰 개혁 임무를 부여해 임명한 사람이므로, 소임을 정확히 다하라는 뜻으로 본다. 검찰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원리ㆍ원칙주의가 반영된 일화라는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과 '검찰을 생각한다'를 함께 펴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법률가' 로서 검찰총장 임기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흔들림 없이 제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고, 여당은 '윤 총장이 선을 넘었다'며 내버려 두지 않을 기세다. 그러나 청와대는 당장 윤 총장을 대놓고 흔들려는 분위기는 아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윤 총장의 존재는 어차피 양날의 칼"이라며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본인이 임명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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