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메이저리그 루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이 밝은 표정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김광현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간의 미국 생활 소회를 밝혔다. 지난 7일 귀국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2주 자가 격리를 했다. 김광현은 "올해는 팀당 60경기만 치르는 단축 시즌이었다.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지만 꿈꾸던 메이저리그에서 던질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김광현은 "그런데 꿈 하나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의 팀 전용기를 타보고 싶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반 비행기를 대여해서 사용했다. 내년엔 꼭 전용기를 타보고 싶다"며 '소박한 꿈'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김광현의 빅리그 데뷔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스프링캠프가 중단되고, 시즌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다. 김광현은 "미국보다 한국이 안전했지만 혹시나 들어왔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면서 "동료 웨인라이트의 집 마당과 근처 공원에서 캐치볼만 계속 했다"고 당시 외롭고 암울했던 상황을 돌아봤다.
생소한 마무리투수로 데뷔했던 김광현은 팀 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선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첫 승(8월 23일 신시내티전)했을 때 가장 기뻤다. 경기 중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인터뷰할 때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울컥했다"고 떠올렸다. 신장 경색 위기도 있었지만 금세 회복했다. 김광현은 결국 8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62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첫 시즌을 마쳤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깜짝 1선발로 발탁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운'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현지 매체의 평가도 있었고, 김광현조차 "말이 되지 않는 평균자책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 열심히 훈련했고 그 자리에 섰다. 노력했으니까 운도 따른 것이다"라고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인 야디에르 몰리나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김광현은 "몰리나는 은인이다. 투수를 정말 편하게 해주는 포수다. 투수가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게 한다. 그만큼 투수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한다. 내년에도 같은 팀에서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양현종(KIA)과 김하성(키움)에게도 덕담을 건넸다. 김광현은 "나도 물음표를 달고 미국으로 갔다. 아직도 느낌표는 아니다. 양현종과 김하성 모두 나와 같은 꿈을 꾼 선수들이고,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두 선수 모두 미국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광현은 "올해는 메이저리그 발만 담갔다“고 웃으며 "올해보다 운이 덜 따를 수도 있고, 더 잘 따를 수도 있지만 진정한 메이저리거가 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내년에 162경기를 모두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싶다. 오늘부터 훈련할 것이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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